의사는 강간 · 살인해도 면허취소 안 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이는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성범죄 시 면허취소보다 더 강력한 10년간의 취업제한 조치를 당하며 ▲의료사고는 국회에서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한 배경도 중요하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5월4일 용산 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의협에서 최대집 회장·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김해영 법제이사(변호사·법무법인 여명)·전선룡 법제이사(변호사·전선룡법률사무소)·박종혁 의무이사·안치현 정책이사 등이 참석했다. 변협에서 김현 협회장·박기태 수석부협회장·백승재 부협회장·박종흔 재무이사·홍세욱 제1기획이사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이슈는 지난 4월27일 열린 ‘의사의 형사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주제 심포지엄이었다.
변협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권미혁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당시 심포지엄에서 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현철 변호사는 발제에서 “다른 대부분 전문직처럼 형사 처벌을 받은 의사 역시 면허 취소 또는 정지를 해야 형평성에 맞는다. 의료법에 의사면허 결격 사유 및 등록 취소 사유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현 변협 회장은 “법학의 특성상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변협은 다양한 회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다.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주최했지만 의료사고를 이유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것은 변협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문가를 경시하는 사회적·제도적 풍토를 개선하고, 전문가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표적인 전문가단체이자 전통적인 우호 관계인 의협과 변협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머니투데이가 1일자로 발행한 “살인해도 끄떡없는 철밥통 의사면허”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해서도 대응했다.
4일 의협은 보도자료에서 “사실을 왜곡해 의사사회 전체를 매도하고 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반론을 제시한다.”고 했다.
의협은 “머니투데이는 기사에서 우리나라 의사는 강간, 성추행 등의 죄를 지어도 면허가 취소되지도 않고 아무런 패널티가 없는 것처럼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의사가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식적으로 그 면허만 취소되지 않을 뿐이지 실제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른 10년간의 취업제한 등의 부가처분을 당함으로써 의료행위 자체가 제한되는 등 면허취소보다 더 강한 처분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 의료사고는 국회에서 면허를 제한하는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한 배경도 중요해
의료인의 업무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국회가 면허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의협은 “과거 의료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형사사건으로 의료인이 금고이상의 형을 받으면 무조건 면허취소를 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회는 2000년 1월12일 의료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등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하여는 면허의 불이익을 주지 말자는 입법적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그 원인이 분명치 아니한 업무상 과실에 대해서도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다면, 의사들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분쟁상황을 대비하여 중증질환자를 기피하고 경증환자 진료만을 진료하거나 더불어 분쟁이 많은 보험환자가 아닌 미용환자만을 진료하는 풍조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협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가 중증질환이든 경증질환이든, 설사 임종직전의 환자라 하더라도 의료를 중단하거나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건강보험법상 모든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를 강제적으로 행하도록 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