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가 관여하기를 거부한 환자를 치료하던 병원들이 ‘보호자 동의의무 기간’을 넘긴 것에 대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한 보호자 대신 보호의무자가 된 관할구청장에게도 ‘지도·감독’소홀의 책임을 물어 원고(환자)측에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됐다.
부산지법은 이모씨(원고)를 입원시킨 정신의료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인정 여부에 대해 “국가는 지도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으며, 이 모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혀 1심 판결(원고 청구기각)을 뒤집었다.
이 모씨는 2000년 11월 부산시 사상구 노상에서 만취상태로 쓰러져 있다가 경찰에 의해 ㅇㅇ병원으로 신병이 인수된 뒤 정신보건법 제26조에 따라 응급입원 됐다.
원고가 입원조치된 지 3일이 경과한 뒤 ㅇㅇ병원에서 원고의 가족들과 연락을 취했으나 원고의 가족들은 원고에 대해 관여하기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정신보건법상 원고의 보호의무자는 법 규정에 의해 부산 사상구청장이 됐다.
ㅇㅇ병원은 원고를 진찰한 결과 원고가 알코올 의존성 증후군 및 인격장애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서 계속적인 입원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라 원고를 입원치료하다가, 2001년 3월 원고를 △△병원으로 전원조치했다.
△△병원 역시 원고가 알코올 의존성 증후군 및 인격장애 환자인 것으로 판단하고, 보호의무자인 부산 사상구청장의 동의아래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따라 원고를 계속 입원치료하다가, 2002년 8월 퇴원조치 했다.
이에 법원은 판결 요지를 통해 “○○병원장의 긴급입원시로부터 72시간 이내에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계속입원시킨 행위와 △△병원장이 원고의 최초 입원시가 아닌 전원시를 기준으로 6개월을 계산함으로써 6개월을 경과한 이후에야 계속입원심사를 청구한 행위, 그리고 위 각 병원장이 원고의 계속적인 퇴원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신보건법상 보장된 퇴원심사 청구 절차에 대하여 알려주지 아니한 행위는 불법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를 불법입원시킴으로써 원고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한편, 원고의 퇴원심사청구 및 의견진술권이라는 중대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정신보건법 제39조에서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정신보건시설의 설치․운영자에 대한 소관 업무에 관하여 지도․감독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관할구청장의 지도․감독의무 위반이 정신보건시설인 ○○병원장과 △△병원장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초래하였거나 이에 기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유죄이유를 밝혔다.
법원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비록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신질환자라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입원 등의 절차에 관련된 정신보건법의 관련규정은 엄격하게 준수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를 위반한 강제입원의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법률에 규정된 지휘감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