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가와 경제적 불황, 정부의 규제일변도 의료정책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개원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불황 타개책으로 비급여 진료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많은 의원들이 저수가와 환자의 급감으로 경영상태가 악화되자 비만이나 피부미용 등 비급여 항목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특정 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과에서 일어나고 있어 말 그대로 과간 영역파괴 현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개원가에 불고 있는 에스테틱 바람은 이제 유행을 지나 거의 열풍의 수준이다. 지난 2월 한 의사전문 포털사이트가 주관한 개원미용정보 관련 박람회에 1000여명의 의사들이 몰린 것은 이 같은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실제로 개원가중에서 피부미용 항목을 도입해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지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의료계의 제살 깎아먹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실정이다.
양천구에서 개원중인 한 개원의는 “의약분업이후 이 같은 과간 영역파괴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저수가 정책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비급여 진료에만 매달린다면 서로가 서로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비급여 항목 취급이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아니게 되자 자신의 의원을 특화 시키기 위해 새로운 항목 개발이나 특이 마케팅기법 도입, 과도한 의료장비 구입 등의 무리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타 의원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이 같은 무리수를 둔다면 이 비용은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에게 돌아가며 심할 경우 경영악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작구에서 개원중인 한 개원의는 “예전에는 비만을 취급하는 의원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의원에서 비만을 다룬다”고 전하고 “그만큼 수입이 감소했으며 이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개발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개발해도 모두가 뒤따라서 다루기 때문에 초기 선점자의 반사이익도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관악구에서 개원중인 한 개원의는 “가끔 내가 의사인지 미용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자조 섞인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비급여 진료의 확산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이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비현실적인 진료수가를 보장해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의사들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는 풍토를 조속히 마련해야 이 같은 의료계의 비정상적인 흐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
200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