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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면허관리기구 설립, ‘당장은 어려워’

의료계 요구에…복지부, 한 단계씩 나아가야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의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 요구에 대해 정부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 스스로의 징계 권한 강화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박인숙 의원실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합리적인 의사면허제도 개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한 여러 의료계 인사들은 현행 면허관리체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율적 면허관리를 위한 독립적인 기구 설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정작 의사들은 사체유기나 대리수술, 성추행 등 비윤리적 행동을 한 나쁜 의사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며 “하지만 현 체계에서는 법망을 피해가는 방법을 막을 도리가 없다. 몇 명의 공무원이 60만명의 의료인을 모두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과 의료 접근성은 최고 선진국을 자부하지만 의료인력 및 면허 관리는 후진 국가에 속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사람은 사회 속에 존재하는 위치에 따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다른 도덕적 요구를 받게 된다”며 “의사 자율규제 기제로 사회적 신뢰를 획득하고 불필요한 재판의 사회적 낭비와 불만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사무장 병원의 존재도 불가능하다. 자율규제의 도입으로 사회적 성숙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임기영 교수는 현행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의 힘든 점을 언급하며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임 교수는 “1년에 수천 건 이상 발생하는 컴플레인과 리포트를 모두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면허관리기구가 필요하다. 면허관리기구의 중재가 있다면 이들 중 대부분은 쉽고 원만하게 해결될 사안들”이라며 “없는 상태에서는 이들 중 대부분이 의사 및 의료기관과의 직접 충돌, 보건소, 복지부, 소비자보호원, 언론, 경찰, 소송 등으로 이어져 엄청난 비용 지출과 유무형의 손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중앙윤리위원회와 전문가평가제에 대해서는 “현재 유일하게 면허 관리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는 중앙윤리위원회의 경우 전체 컴플레인 및 리포트의 2~3% 정도인 징계사안 처리만으로도 업무가 과중한 상태”라며 “규정이나 조직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처리가 안되고 있다. 전평제와의 관계도 분명하지 않아 향후 이로 인한 혼란과 갈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중윤위의 문제점으로 ▲월 1회 15~20건의 사건을 진행하는데 시도 지부윤리위원회를 거쳐 오는 사건이 실제로는 없고 ▲최고 징계가 회원 자격정지 3년에 불과해 실질적인 징계가 되지 못해 중윤위의 권위가 낮아지고 오히려 의협이 비난 받는 결과를 초래하며 ▲징계 대상자가 반발하거나 비협조적일 때 징계 절차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의학회나 각 전문학회 윤리위원회와의 관계가 정리돼 있지도 않은 점 등을 꼽았다.


그는 “전평제 역시 시도 의사회와의 독립성 문제, 윤리위원회와의 관계 문제가 있다”며 “전평제의 역할 범위나 임무에 관한 합의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전평단 간 평가 척도의 차이가 있는 점도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독립 면허기구 설립이 궁극적 해결책”이라며 “현재 중윤위와 전평제는 면허관리기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미래 청사진 하에 설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법제이사는 변호사 징계위원회와의 비교를 통해 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주장했다.


박 이사는 “행정처분의 권한이 부처에 있는 우리 법체계에서 독립된 의사 면허관리기구를 도입하는 것은 체계정합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변호사 징계의 계층적 구조처럼 복지부가 행정처분의 최종적 권한을 유지하되 법의 위임하에 의협 또는 독립적 기구의 자율징계 절차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등의 판단에 있어 자율징계의 역량을 길러 나가는 것은 사회적으로 현명하며 바람직하다”며 “다만 의료기관 업무정지, 건강보험법의 징계 등 변호사에 비해 지나치게 중층적인 징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의사면허관리 구성은 변호사 징계위원회보다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사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전문가의 자율적 관리권한 강화에 공감하면서도 관리기구 신설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 손호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인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국민들의 감정과 법의 감정이 다르다. 또 전문가들의 판단도 다르다”며 “이를 어떻게 잘 조율해 제도화할 부분을 제도화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앙윤리위원회의 피드백을 그때그때 잘 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행정처분을 담당하는 인력이 다 처리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변호사법과 비교해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공무원이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공감하는 바가 있다”고 언급했다.


손 과장은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면허관리제도 개선과 직업윤리 교육,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등을 소개하고 자율적 권한 강화와 면허관리기구 설립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손 과장은 “법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대체불가능한 전문가(의사)를 관리하는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전문가의 자율적 권한 강화 방향은 맞는 것 같다”며 “독립적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당장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국민 신뢰를 얻으며 성공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