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질환은 사고가 일어나면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치료 결과가 심각하고 치명적이므로 도의적 책임 논란과 함께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에 이르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하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현선 교수가 최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발간한 의료사고예방소식지를 통해 제시한 ‘뇌혈관질환 관련 의료분쟁 예방을 위해 의료제공자가 치료에 임하기 전 고려할 사항들’을 메디포뉴스가 정리해 봤다.
◇의료과실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
분쟁에서는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경학적 증상이나 결손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중 이러한 조치(예, 수술 중 신경생리 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수술 기록지 또는 수술 전후 평가 기록 등에 정확하게 기록해 놓도록 해야 한다.
또한 뇌혈관질환의 특성상 치료나 처치의 시간적 적절성이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호기록이나 의사기록에 나타난 임상기록을 근거로 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환자 상태 변화만을 기록해 놓는 것이 아니라 환자 상태의 변화를 어떻게 해석했고, 그 결과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같이 기록하는 것이 권장된다.
즉 의무기록의 하나하나를 의료분쟁에 임한다는 마음으로 환자의 임상 증상과 검사 기록을 신중하게 검토하며 기록한다면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분쟁 발생 시에도 유리한 입지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더러 실제 임상에서도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 중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는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돼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서는 아니 되나 진료환경 및 조건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은 고려한다는 원칙은 일반 의료인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뇌동맥류에 대한 중재적시술 중 뇌혈관파열은 예측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가 미비한 의료기관에서 뇌동맥류의 중재적 시술을 시행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해 의료과실의 판단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뇌동맥류를 치료할 능력이 없는 의료기관이 뇌동맥류 파열로 뇌출혈과 수두증이 발생해 뇌탈출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수두증에 대해서만 응급조치를 한 후 뇌동맥류를 같이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했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다면 진료환경 및 조건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은 고려한다는 기준으로 분쟁이나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설명의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
늘 의사와 환자의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 검색엔진의 발전과 여러 웹사이트의 관련 정보 제공, SNS 등의 발달로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는 많은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특히 고령이나 교육배경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환자에게 설명과 동의서라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대부분 시간에 쫓기며 설명하고 작성해 보호자나 환자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나 보호자가 그 치료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경우 치료과정 등에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이해의 부족으로 분쟁이 유발돼 의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자원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치료나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을 표준질문형식(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지, 위험과 부작용, 더 안전하고 간단한 대안은 없는지, 시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임상 경과가 예상되는지, 비용과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정도는 어떤지 등)을 통해 의사와 환자가 서로 소통하고 공유한다면 많은 의료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의료분쟁은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
현재 의료계는 보험계로부터 의료행위의 적정성이라는 명제 하에 과다한 의료행위를 행한 것에 대한 시정요구를 받고 있지만, 의료분쟁에 임하게 되면 결과예견의무위반이나 결과회피의무위반이라는 논리로 충분하지 않은 의료행위를 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받게 된다.
이는 진찰이나 수술, 간호행위와 같이 인력이 투입되는 행위는 원가에 못 미치게 보상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즉 이익률이 높은 장비를 이용한 검사 등은 많이 시행해 과다한 의료행위를 시행한다는 인식을 유발하는데 반해, 의료의 핵심 행위인 진찰, 수술, 간호 등은 원가에 못 미치는 보상이 되고 있어 이에 투입되거나 배치되는 인력은 늘 모자라고 이는 분쟁발생 시 충분하지 않은 의료행위를 제공했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원인이라 생각된다.
의료의 핵심가치인 안전과 의료질의 담보를 위해 아무쪼록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사례분석이나 통계가 급여기준과 심사기준, 평가기준 등의 정책 수립 시에도 반영돼 보건의료인에게 좀 더 안전한 의료환경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료행위의 양보다는 질에 대해 충분하게 보상하는 정책의 전환이 있다면 의료사고의 예방에 더욱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의료분쟁은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소비자와 의료제공자 그리고 분쟁조정자 등이 공유할 수 있는 의무기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충실하게 의무기록을 작성한다면 오해에서 시작되는 불필요한 분쟁발생과 소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