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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신건강복지법 새 패러다임 ‘위기·일상센터’

29일, 위헌 사유 ‘자기결정권’ 담보한 개정안…쉼터 도입

신경정신학계가 2년여 넘게 재개정을 요구해 온 정신건강복지법의 새 개정안이 마련됐다.


학계에서 주장해 온 강제입원 관리, 외래치료명령제 확대 등은 아니다.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환자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위기센터 및 일상센터’ 등 쉼터 설치가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인구정책과생활정치를위한의원모임이 주최한 ‘진주참사방지법 입법공청회’가 29일 국회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40대 조현병 환자에 의해 아파트 주민 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대책은 지속적으로 요구돼 왔다.


발제는 이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초안을 만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철웅 교수가 맡았다.


초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가 권역별로 정신질환자 등을 위한 위기쉼터 및 일상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응급대응팀 및 정신건강상담용 긴급전화를 운영하고, 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는 등 그 업무를 규정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필요한 인력을 적절히 배치하도록 했다.


보호의무자에게 과한 의무를 지우는 보호의무자 의무 규정을 삭제한 부분도 눈에 띈다. 또 정신질환자가 정신건강증진시설에 입원 및 퇴원 등을 할 때에 정신질환자 본인의 의사가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보조서비스에 관한 규정도 신설했다.


이밖에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에 의한 응급상황 발생 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응급대응팀이 출동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정신질환의심자에 의한 응급상황 발생 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의료기관 등의 장이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신고하도록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철웅 교수는 개정안이 보다 인간적이고 인권친화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 교수는 “개정안으로 제공하려는 서비스는 모두 정신질환치료에 직접(응급입원, 위기쉼터, 절차보조), 간접(일상쉼터)으로 연계돼 있다”며 “그간 의료진, 전문요원, 사회복지사 대부분은 정신질환자를 동등한 위치의 인간으로서 힘든 삶의 여정을 같이 걸어가는 동료라는 인식이 없었다. 법안에서 제공하려는 서비스에 정신질환치료 경험이 있는 동료와 권익옹호자를 참여시키도록 보장함으로써, 정신건강서비스를 보다 인간적이며 인권친화적으로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이 정신질환자가 자기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또 경청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과정에서의 평등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 교수는 “개정안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이념에 충실한 응급대응체계, 중증정신질환자의 고립방지 대책이 되며, 다수의 동료지원자를 서비스 제공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당사자의 지위를 회복시키고, 예산상으로도 효율적이다”라며 “이런 조치가 강제적인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조치, 외래치료명령제 확대조치보다 정신건강복지법의 기본이념에 충실한 훨씬 더 효과적인 대응방안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학계는 쉼터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응급상황에서 치료와 사회로의 복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준호 법제이사는 토론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최악이다. 그간의 인식개선사업이 물거품 됐다는 자조가 흘러나온다”며 “환자는 병원도 아니고 개정안의 센터도 아니고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치료는 환자를 내가 사는 똑같은 넓은 세상에서 살도록 목표를 세워야 한다. 쉼터도 환자가 갈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응급상태에서 센터로 갈 수는 없다. 응급상태에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새 응급체계 자체가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쉼터를 제도권에서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홍정익 과장은 “개정안이 입법이 되면 여러 당사자와 관계자, 전문자, 관계부처 의견을 들어 복지부의 의견을 정하게 된다. 오늘 공청회 내용도 참고가 될 것”이라며 “행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누가 하고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쉼터가 제도권 내로 들어온다면 인력시설장비 기준은 어떻게 하고, 비용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지 등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9월에 정신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며 “정신 응급환자 입원을 원할 때 할 수 있는 보호실을 확보하고 수가를 마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