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과 노인요양기관의 보험금 부정수급(부당청구)에 대해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공무원이 수사권을 행사하고 벌칙을 부과하도록 하는 신창현 의원의 국민건강보험법 등 3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이다.
30일 의협에 따르면 지난 7월3일 각시도의사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각과개원의협의회 등 산하단체 의견을 조회하고, 7월24일 오전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집행부의 반대 의견을 보고한데 이어, 7월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부 등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앞서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왕‧과천)은 지난 6월27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국민건강보험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 3건의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들 3개 법 개정안은 지난 6월27일 발의되고 6월28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6월28일 행정안전위원회에도 회부됐다.
최근 5년간 사무장 병원을 제외한 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국민건강보험 부당청구는 10만 5863건에 달하며 환수결정금액만 7092억 8700만원에 이른다. 노인요양기관의 경우 같은 기간 부정수급액이 994억 3800만원에 달한다. 이에 개정안은 의료기관 및 노인요양기관의 보험급여 부정수급 행위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하고,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관련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에 의협은 반대 입장이다.
첫째, 부당청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사용하는 부당청구라는 용어는 거짓청구 외에 착오청구도 포함하는 개념이며 실제 행정처분에 있어서도 이에 대한 구분 없이 행정처분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즉, 실제 의도적인 속임수를 통한 거짓청구와 의도적이지 않은 착오에 의한 부당청구는 명백히 다르고 이에 따라 처벌규정 역시 이원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당청구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구분이 없이 관련 벌칙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시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바 해당 벌칙규정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개정안의 벌칙규정 신설은 부당청구로 인한 의료인의료기관에 대한 추가적인 중복제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의협은 “이미 의료인이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하는 경우에는 거짓청구 및 착오청구 구분 없이 해당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법 : 요양기관 업무정지(또는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 및 위반사실 공표, *의료법상 면허취소 또는 면허자격정지(당연 의료업정지), *사기죄로 인한 형벌 등을 부과하는 등 하나의 행위에 대하여 중복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동일한 행위에 대한 제재임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주체와 시기도 달라 처분 후에 또 다른 처분을 행함으로써 환자진료와 의료기관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동일한 행위에 중복제재와 처분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청구에 대한 형사처벌 벌칙규정 신설은 의료인을 더욱 옥죄는 것으로서 특정 집단에 대한 억압과 감시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셋째, 부당청구 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관련 공무원에게 특사경을 부여하여야 하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미 행정조사나 현지조사(실사) 제도를 통하여 부당청구 의심기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부당이득금 환수와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 역시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권한을 가지고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또한 방문확인 및 방문심사를 통하여 진료비 부당청구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환수처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즉, 기존의 행정조사와 현지조사, 방문확인 등의 제도를 통해서 충분히 부당수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압박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공무원에 대한 추가적인 특사경 권한의 부여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과도한 압박과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특사법경의 무분별한 확장운용으로 과도한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현행 특사경 제도의 경우 일반사법경찰의 수사관할 및 직무대리를 행함으로써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무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에 대한 특사경권 부여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해외국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엄청난 수의 특사경이 운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등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사경 제도의 운용과정에 있어서도 인권의식이나 법률소양 등의 부족으로 비전문적 행태의 수사, 특정 직역에 대한 과도한 간섭 권한으로 인한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 의욕 등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점과 폐단 등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동 개정안과 같은 특사경 제도의 확대는 경찰권의 확대로서 일반국민에 대한 기본권과 인권의 침해적 요소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거짓청구와 착오청구에 대한 처벌의 이원화를 제안했다.
의협은 “개정안의 제안이유와 같이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 및 부당청구 적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라면 처벌조항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거짓부당청구에 대한 처벌 이원화가 더욱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