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전 등 난치성 간 질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연구진이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활용해 건강한 간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발견했다.
울산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재철 교수(암병원장) 연구팀은 천연 화합물인 ‘에스큘레틴(Aesculetin)’이 인간 골수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기능적인 간세포로 변화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중증 간 질환의 최선책은 간 이식이지만, 공여 장기 부족과 및 수술 비용, 면역억제제 평생복용해 등의 현실적인 벽이 높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줄기세포를 간세포로 길러내 이식하는 ‘세포 치료’가 거론되어 왔으나, 그동안은 줄기세포가 실제 간세포처럼 완벽하게 변하지 않는 낮은 분화 효율이 고질적인 숙제로 남아있었다.
조재철 교수팀은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인진쑥 등의 추출물 ‘에스큘레틴’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연구팀이 줄기세포에 에스큘레틴을 투여한 결과, 간세포의 핵심 지표인 알부민과 CK-18 등의 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며 줄기세포가 기능적인 간세포로 변모하는 것을 확인했다.
단순히 모양만 바뀐 것이 아니다. 에스큘레틴을 통해 분화된 간세포는 실제 간의 핵심 기능인 ▲글리코겐 저장 능력과 ▲독소 제거 능력이 매우 우수했다. 이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세포가 실제 인체 내에서도 간 기능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에스큘레틴이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인 ‘STAT3’와 ‘STAT5’를 활성화해 줄기세포의 ‘간세포화’를 명령한다는 세부 기전까지 명확히 규명해냈다.
조재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천연 성분을 활용해 줄기세포 치료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장기 이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난치성 간 질환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세포 치료제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에 지난 2월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