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갈수록 지능화·은밀화되는 사무장병원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리니언시(Leniency)’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니언시는 담합행위를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사무장병원 실태조사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협회 의견서 제출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월 7일 인재근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불법의료기관인 사무장병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되, 경찰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각 의료인단체 등 관계 기관의 협조를 받아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불법의료기관의 난립을 방지하고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의 제안이유와 같이 불법개설의료기관(사무장병원 등)은 불법·과잉 의료행위와 진료비의 허위·부당청구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최근엔 소규모 사무장병원이 대규모 기업형 사무장병원으로 진화하는 등 그 유형이 갈수록 지능화·대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생협을 빙자한 사무장병원 역시 활개를 치고 있는 등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특히 의료생협은 농민회 및 의료인이 주축으로 A농민의원 개원을 시작으로 1994년 설립된 A의료생협이 설립된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의료생협이 생겨나 200여개의 의료생협 의료기관이 개설 운영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서울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의료생협을 확대하는 기본계획을 2013년 발표하고 서울시민 1인 1개 협동조합을 유도한다는 탁상행정으로 사무장병원의 난립 우려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의료생협을 확대시켜 온 근본적 정책상 오류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것임에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의협은 “탁상행정에 비롯된 의료생협은 대부분 사무장병원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었다. 공단이 단속대상으로 삼은 의료생협 중 약 80% 의료기관이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정부와 공단의 불법개설 의료기관 근절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의 1위가 의료생협(29.2%)이었고, 기타 사단법인, 종교법인, 재단법인 순으로 나타나는 등 의료생협에 대한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최근에 이르러 사무장병원들은 단순 양적 확대를 넘어 점차 지능화, 은밀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형식상 의료기관 개설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단순히 실태조사만으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무장병원을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불법사무장과 병원 내부 의료인(불법의 공동행위자) 등을 분리시키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내부인 신고 협조가 반드시 전제돼야만 통상적인 의료기관의 외형을 갖추고 있는 의료생협 등 사무장병원(불법개설의료기관)을 근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정책의 근간으로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의협은 불법개설의료기관 문제가 의료계의 자정을 통해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는 근본적 과제라는 인식하에, 불법의 공동 카르텔을 와해시킬 수 있는 리니언시 제도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오고 있다.
의협은 “사무장 병원은 개설 명의 의사 등의 자발적인 신고가 있어야만 발본색원이 가능할 정도로 은밀한 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불법의료기관 개설자(의사)의 자발적 신고 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신고한 내부자(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 면제 등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그 과정에 가장 문제가 되는 거액의 과징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등의 리니언시 제도 도입 등 내부고발제도를 수립, 활성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단속방법을 강구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의협은 지역 의료기관 개설 신고시 지역실정에 밝은 지역의사회를 경유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사전에 사무장병원의 발생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료계가 스스로 정화 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도입돼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추진해 의료계 자율정화 이외에도 사무장병원 및 의료생협 등 불법개설의료기관의 환자유인행위를 평가대상으로 삼아 의료현장에서의 불법개설의료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미미해 강력한 단속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지역네트워크(의사회)를 통해 불법적인 사례를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강구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불법의료기관의 적발 및 단속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시 반드시 의료인 단체와 협조체계를 구축하도록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무엇보다 개정안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피상적인 지표 등을 기준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의료기관들을 사무장병원으로 의심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며 “담당기관이 조사 실적 달성을 위해 무분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우려가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실태조사의 대상과 기준, 예외규정 등을 하위법령에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반드시 의료계와의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은 “공단과 심평원의 전 의료기관에 대한 무작위적인 방문확인, 현지조사 등의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엿보인다”며 “불법 개설 의료기관 근절 미명하에 대다수 선량한 의료기관의 진료권 및 진료정보 등이 침해되고, 2017년 이후 공단 방문확인 등 조사 과정에서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의사가 유명을 달리하는 불행한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된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부언했다.
개정안의 개정 취지를 살리고 실효적인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끝으로 의협은 “▲건강보험 청구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본 사람(사무장)에게 부당이득을 환수 또는 몰수하는 강력한 제재 및 형사처벌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불법개설의료기관(의료생협 등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의 자진신고(내부자고발)시 부당이득 징수금을 감경 또는 면제(리니언시 제도)를 통해 내부자고발을 적극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의료생협에 지역의사회의 추천을 거친 사외이사 선임제도 도입 등 내부감시시스템 확립 등 발본색원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함으로써 갈수록 지능화, 대형화, 은밀화되고 있는 불법의료기관의 난립을 막고,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