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정책심의위원회 신설 개정안에 대해 건정심과 유사한 구조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16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협회 의견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소속으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정책심의위원회(자정심)’를 두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진료수가기준을 마련하자는 것.
개정안의 자정심 구성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면서 보험회사 등 단체 추천 6인, 의료계 단체 추천 6인,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인, 전문심사기관의 장 추천 1인, 자동차보험·의료 또는 법률 등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3인, 소비자단체 등 자동차사고 피해자 보호업무 5년 이상 수행 경력이 있는 1인을 위원으로 위원장 포함 총 19인으로 구성토록 하고 있다.
의협은 위원회 신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원회의 구성·운영에는 반대했다.
의협은 “기존에 국토교통부에서 제정·변경했던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을 이해당사자가 참여한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따라 일방 당사자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결정이 내려지는 형식적 의사결정기구가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험회사(진료비 지급자) 추천 위원과 의료계 단체(공급자) 추천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을 소위 공익위원(공익 대표)이라 명명할 경우 자정심은 지급자, 공급자, 공익 대표가 각각 6인의 위원으로 구성되게 된다.
의협은 “이러한 형태는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유사하며, 자정심과 건정심의 핵심적인 기능이 진료수가(급여)기준에 관한 사항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건정심의 구조적 문제가 자정심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어 상기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는 자동차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진료비만을 지급하려고 할 것이 자명하다”며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종 로비 등을 진행할 수 있어 사실상 자정심이 보험회사만을 위한 의사결정기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정심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진료비 지급자 단체 추천 위원의 구성에 보험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자동차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포함되도록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보험회사 등 단체 추천 6인’은 ‘보험사 단체 추천 ○인, 시민단체·소비자단체 등 추천 ○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공익위원 중 ‘소비자단체 등 자동차사고 피해자 보호업무 5년 이상 수행 경력이 있는 1인’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단체 등’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 절절하다는 것.
의협은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입이 강제되는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율 안정과 이를 위한 적정한 보험료 지급이 수반돼야 함이 당연하지만, 사실상 준조세인 건강보험과는 달리 자동차를 보유·사용하는 사람으로 의무가입대상을 제한하면서 가입자의 과실에 따른 사고 발생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사보험이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진료수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의학적 타당성에 따른 적정 비용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자정심은 진료비 지급자(보험회사) 이익과 공급자(의료계) 이익의 절충을 위한 기구가 아닌 합리적인 진료수가를 결정하는 기구가 돼야 할 것인바, 진료수가 결정과 관련한 전문가가 많이 참여하고 해당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