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의 병의원들이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근거한 법정수당 지급을 위반하거나, 월차, 연차 등의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홍명옥)은 병·의원 근로자 조직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 5~6월 동안 병·의원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한길리서치에 의뢰·실시한 결과, 상당수의 중소 병·의원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55조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근거한 법정수당과 관련해 의원의 64.1%, 병원의 31.8%가 공휴일 근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의원의 20.5%, 병원의 3.6%가 당직수당을, 의원의 44.4%, 병원의 18.8%가 야간근무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가 사용의 경우도 연월차 휴가의 경우, 연월차 휴가가 없는 경우가 전체 44.8%(병원13.4%, 의원 57.6%), 일방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7.6%(병원 2.8%, 의원 9.5%)로 나타나 근로기준법상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 및 사용하지 못한 휴가를 수당으로 보전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 병·의원 근로자의 노동시간과 관련, 1일 근무시간이 10시간 이상인 경우가 26%, 주당 55시간 이상 근무자는 28.3%로 나타났으며, 중소 병·의원 근로자의 연봉수준은 1500만원(월125만원)이하가 전체 56.7%를 차지했으며, 연봉 1000만원(월 83만3000원)이하도 전체 11%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의원 근무자 의식실태와 관련해 ‘고용불안’(전체 18.9%), ‘노동시간 및 강도가 너무 길고 세서 힘들다’(전체 26.9%), ‘일요일도 근무해 항상 피로하다’(전체 13%),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10.9%) 등의 애로사항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과반수가 넘는 50.6%(병원 46.1%, 의원 52.5%)가 ‘그렇지 않다’ 또는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이날 발표와 관련, “그동안 열악한 여건에 방치돼 있었던 상당수 미조직 사업장에 대한 최초의 정식 실태 보고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히며 “하지만 열악한 처우에 비해 저임금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크지 않게 나온 것은 그 원인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오세창 개원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저임금, 고노동은 의료계 전체 문제”라고 지적한 뒤 “곳간에 쌀이 있어야 쌀을 나눠도 나눌 것이 아니냐”며 병원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간호사의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에서 빚을 내는 의사도 있다”며 “의원 안에서 한 식구라고 생각하고 지내는 만큼 한마음, 한 뜻으로 좋은 방향으로 병원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중소병원, 의원급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요구안’을 통해 근로기준법 준수, 저임금 해소 및 생활임금 보장, 온전한 주5일 실시(100인 이상 사업장) 등을 요구키로 했다.
이번 조사는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일반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중소병원 근무자 217명, 의원 근무자 535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
200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