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가까이 루푸스와 다발성경화증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 온 환자에게 한방적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제의 투여를 일시에 중단, 사망에 이르게 한 한의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부산고법(재판장 조용구, 박춘기, 김원수)은 “루푸스와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별다른 의학적 지식과 임상적 경험도 없었던 피고 H(한의사, 모 한의대 교수)가 부작용에 대한 사전 대비책도 없이 스테로이드제 복용을 일시에 중단시킨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고 판결했다.
또한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중단해 그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났음에도 환자 A의 보호자인 원고 B와의 약속과는 달리 즉시 스테로이드제를 재복용 시키거나 전원조치 하지 않은 것도 피고 H의 과실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자 A가 피고 H로부터 치료를 받기 전에도 이미 루푸스와 다발성경화증이 병발돼 한쪽 눈의 소실, 신경이상으로 스스로 기립하거나 보행이 불가능했고, 대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저류현상이 있었던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비율을 50%로 한다”고 판시했다.
사망한 환자 A는 사건 사고 당시 17세 여자로 96년 8월경 부산백병원에서 루푸스 및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동아대병원,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다시 동아대병원을 오가며 2000년 1월까지 스테로이드제와 사이톡산이라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왔다.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일시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중단한 적이 있었으나 중단한 지 10일이 지나자 호흡곤란, 양쪽 눈의 시력 소실, 혼수 등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돼 다시 스테로이드제 투여를 재개한 바 있었다.
한의사인 피고 H는 환자 A의 치료를 시작한 처음 한 달 동안은 스테로이드제의 투여와 한방적 치료를 병행했으나 한 달이 지난 후 한약의 흡수가 되지 않는 원인이 스테로이드제의 투여에 있다고 보고 A의 보호자인 B를 설득, 2000년 2월 15일부터 스테로이즈제의 투여를 중단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제 투여 중단 두 달이 지나자 A는 혼수상태, 양측시력 소실, 대광반사 등으로 2000년 4월 20일 동아대병원으로 전원돼 다시 스테로이드제의 투여를 받았으나 증세의 호전 없이 2003년 8월 22일 사망했으며, 이에 보호자 B는 H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법원관계자는 “루푸스와 다발성경화증은 현대의학에서 스테로이드제가 대단히 중요한 치료제로 인식되고 있고 환자의 부신 호르몬 생성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양을 점차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방적 능력을 과신해 이를 일시에 중단시켜 결국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한의사는 그 사망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
200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