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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중환자실과 완화의료, 어색하지만 꼭 필요한 만남 ②

제 5회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
중환자실 완화의료 시행과 관련된 현실적인 과제들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 1부에서 중환자실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확인했다면, 2부에서는 사례 중심으로 중환자실 완화의료의 현실적인 도입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운영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있다. 연명의료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한 의료 행위를 가리킨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월별 통계에 따르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택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작성자 수가 2022년 6월 기준 134만 8199명에 달한다.

즉, 의료 설비에 의존해 연명하는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치료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고 싶은 것이 환자의 바람이다. 하지만 지금도 중환자실에는 낯설고 불편한 공간에서,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격리된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중환자실 완화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다.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8일 진행한 완화의료·임상의료센터 심포지엄 2부에서는 ‘만성 중증질환을 가진 중환자실 환자에 대한 완화의료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어떻게 중환자실 완화의료를 적용할까에 대해 논의했다.

정윤선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만성 중증질환을 가진 중환자실 환자의 돌봄 문제 : 사례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중환자실에 있었던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사례를 밝히기 앞서, 중환자실 의사로서 직접 근무하면서 느낀 어려움들을 소개했다.



자율성 존중, 선행, 해악 금지, 정의라는 윤리적인 네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EOL(End of life decision, 사망선고)을 내리지만, 중환자실에서는 의사 소통의 제한 또는 의식저하로 환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기 알기 어렵다는 것, 가족이 원하는 결정이 환자가 원하는 결정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EOL을 내려도 중환자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등의 고민을 한다고 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환자, 의사, 간호사, 완화의료전문가를 대표해서 참가한 패널들이 중환자실 완화의료와 관련된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먼저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현재 중환자실 환경에 대해 한번 더 문제를 제기하며, 중환자실 의료 활동이 긴밀하고 인간적인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치료의 행위에 대한 동의만 얻는 과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환자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준비하고 보낼 수 있는 임종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임종기에 대한 판단이 어렵고, 의사들이 법정 소송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인 진료를 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의사에 대한 신뢰 수준이 현재 한국에서는 바닥인 것 같다며, 중환자 전담의와 완화의료 전문가가 서로 분야를 잘 알아야 하며, 실제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완화의료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동기 또한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라 서울아산병원 중환자간호팀 수간호사는 2018년에 전국 975명의 중환자실 간호사를 대상으로 임종 간호에 대한 연구를 시행한 적이 있다며, 연구 결과 신입 간호사는 죽음에 대한 불안이 높았고 경력 간호사는 내가 옳은 간호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지금도 많은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느끼는 임종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완화의료와 임종 돌봄에 관련하여 대두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는데, 중환자실 입실 결정 전에 환자에게 충분한 자율적 시간이 주어져 임종 돌봄과 집중 치료 대상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간호사의 태도와 의사소통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환자실 내 임상 윤리 간담회 등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중환자실 근무자들에게 중환자실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완화의료 및 임종 돌봄에 대한 교육은 그 중요성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김세라 수간호사는 “3개월의 수많은 치료에 대한 의료진에 노력에도 감사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주어진 그 마지막 30분의 의미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라는 임종 돌봄을 제공했던 보호자의 마지막 인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이 단 1시간이라도 완화의료의 시행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순서로 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 교수는 모든 의료기관이 인간적인 공간이 되길 바라지만 사실 비인간적인 공간이었다며,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이 지난 10~20년간 증가해왔고, 지금 완화의료와 반대되는 상황일 것이라 생각하는 중환자실에서 완화의료를 논하는 것도 엄청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는 중증 환자의 돌봄의 목표가 무엇이고 가치관이 무엇이냐가 치료의 결정에 있어 항상 동반돼야 한다며, 치료에 대한 상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완화의료 전문가가 현재는 호스피스 60시간 교육으로 기본적인 자격이 주어지는데, 중환자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환자실 의료진과 함께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해외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완화의료 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완화의료의 실천과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지금은 의료진이 충분한 정보제공과 의사소통을 원해도, 현실적인 중환자실 환경이 그렇지 못하다는 부분에서 시스템적인 해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물론 신뢰와 상호존중이 중요하지만, 단순히 개인이 바뀌어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의료진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야 한다는 것과, 수가 문제와 경제적인 요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김범석 완화의료센터장은 “중환자실 완화의료가 문제가 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왜 그동안에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심포지엄이 진행되면서도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계속 고민이 됐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이 실제적인 개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귀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심포지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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