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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중환자실과 완화의료, 어색하지만 꼭 필요한 만남 ①

제 5회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 1부
완화의료의 사각지대인 중환자실에서 완화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다

중환자실 완화의료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8일 서울대병원 CJ hall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에서 펼쳐졌다. 아직 현실적인 문제들은 많이 있지만, 완화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중환자실 완화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감했다. 


중환자실 완화의료라는 말은 어색하다. 중환자실은 말 그대로 중환자들이 가는 곳이고, 환자의 증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집중 치료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면, 완화의료는 증상의 회복만이 치료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며, 삶이 제한된 환자의 질을 높이기 위한 총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지 병을 치료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서 제 5회 심포지엄을 열면서, 주제를 중환자실 완화의료로 정한 것은 시의적절한 지적이었다. 사실 생사가 급박하게 갈리는 중환자실이야말로 완화의료의 필요성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장도 개회사에서 그런 부분을 지적했다. “완화의료에 대한 관심은 늘었으나, 여전히 환자의 접근성은 낮은 상태고 중환자실은 완화의료의 사각지대로, 크리티컬 케어를 하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때도 있다”며, “오늘 심포지엄에서는 사례 중심으로 중환자실 완화의료 도입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김연수 서울대병원 원장은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5번째를 맞은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의 개최를 축하하며, 넓은 개념의 완화의료를 어떻게 현장에 도입하고 결정할 수 있는지 가이드를 제시하는 좋은 결과와 논의가 있는 심포지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총 2부로 나눠서 진행됐으며, 1부에서는 ‘중환자실 환자 돌봄의 현실과 완화의료’라는 주제로 3명의 연자의 발표 후 Q&A 시간을 가졌으며, 2부에서는 ‘만성 중증질환을 가진 중환자실 환자에 대한 완화의료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사례를 제시하고 패널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중환자실 환자 돌봄의 현실과 완화의료’라는 주제로 진행된 1부는 중환자실 환자 돌봄의 현실을 돌아보며 완화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교수는 중환자실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환자실의 특성과 진료현장의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중환자실의 다인실 구조가 임종 돌봄 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중환자실 의료인은 임종 돌봄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했다. 중환자실 의사는 급성기 치료 전문가기 때문에, 그들에게 죽음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실패이고 그래서 매순간 임종 과정 판단보다 생명유지를 위한 뭔가를 한다고 했다. 



또 제도적으로도 의사의 권고로 중환자실을 퇴실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고, 임종실이 있는 병동이 없다는 것, 임종 돌봄에 익숙한 인력이 없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또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도 너무 많고, 말기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비율이 20%도 안된다는 것에서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완화의료를 위한 동력이 없다고 했다.

다만 세션의 마지막에 이뤄진 Q&A 시간에 중환자실 완화의료에서 하나만 바꾼다면 무엇을 바꿔야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교수는 “의사가 환자와 빨리 라포를 쌓고 평상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미 서울대병원 수간호사도 15년의 중환자실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환자실 환자의 가족이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를 소개했다. 중환자 가족은 가족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 낯선 환경에서 오는 무력감, 질병에 대한 지식 부족과 환자 상태를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감 등의 정서적 장애와 함께 정보와 소통의 부재에서 의료진과의 관계적 갈등을 경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환자 가족은 환자 상태 및 치료에 대한 정보 및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 요구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면회가 차단된 중환자실 환경을 지적했는데, 하루 30분 면회를 위해 종일 기다리는 보호자 가족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환자는 보호자가 옆에만 있어도 예후가 향상되고 정서 반응 등이 나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중환자실의 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지금은 중환자실에서 면회 가능 시간을 두고 있지만 앞으로는 면회 제한 시간을 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세 번째로 김상희 연세대 간호대 교수는 해외 현황 중심으로 중환자실 완화의료의 개념을 소개했다.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완화의료를 적용하는 두 가지 모델(Consultation model, Integration model)을 소개했으며, 특히 이미 중환자실 완화의료의 적용을 시도했던 미국의 사례를 들어 병원마다 다양한 방법을 적용하며 결과를 공유했을 때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며, 우리나라도 중환자실 완화의료 확산을 위해 구조, 과정, 결과 세 가지 측면에서 활발한 사례 공유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김범석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센터장이 직접 좌장이 되어 ‘만성 중증질환을 가진 중환자실 환자에 대한 완화의료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다. 만성 중증질환 환자의 실제 사례 3가지를 정윤선 서울대병원 교수가 소개했고,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의 발제에 이어 4명의 패널이 등장해 토의를 진행했다.

각각 환자 및 보호자(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의사(조영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간호사(김세라 서울아산병원 수간호사), 완화의료 전문가(조현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 교수)를 대표해 참석한 4명의 패널들은 완화의료의 현실적인 도입 방법과 관련해 의견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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