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상담사법 제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육체계 및 인증평가 등 시스템도 없고, 현행 보건의료관계법령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보건의료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담사법안과 관련 협회 의견을 11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법안은 상담사의 자격과 그 업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마음건강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의협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상담사법안 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심리상담의 전문성을 고려한 교육체계 및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 부재
마음건강에 대한 심리상담은 고도의 전문영역으로서 의학에서도 전반적인 의학과정을 수료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마친 이후에 수행을 하고 있다.
현재의 학부 및 대학원에서 심리학, 상담학 과목이 개설된 곳이 매우 많고, 그 기관별 교육 수준 또한 다양하여, 관련 과목을 이수했다는 것만으로는 심리상담이라는 전문지식을 충분한 수준으로 습득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이러한 기준에 따라‘(심리)상담사’가 배출된다면 국민건강을 돌봐야하는 중요한 직역을 수행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여 국민건강에 위해한 행위를 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의협은 “(심리)상담사 응시자격과 관련, 전문성이 없는 (심리)상담사와의 상담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는 개인의 경제적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지속 및 악화와 더 심각하게는 자살과도 연관돼 질 수 있어 전문성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심리상담은 단순 학문적으로 수업을 이수했거나, 수련 없이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특정 기간 이상을 종사한 것만으로는 상담의 전문성을 획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련시간만 채우면 독점적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문제다. 특히, 사람을 대면해 심리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이론과 실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수련체계를 갖춘 기관에서 수련 책임자의 지도감독을 엄격하게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제안된 자격 기준은 너무 느슨해 전문성을 가진 심리치료를 지원하겠다는 법안의 설립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전문성 저하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의 경우 의료법 제77조제1항에 근거한 체계적인 수련 프로그램에 의해 그 전문성이 담보되는데 반해, (심리)상담사는 그 전문성을 담보할만한 제도나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의협은 “현행 심리상담 관련 학부나 대학원 과정이 내실 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제 심리상담을 할 수 있는 수준에 부합하는지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고 (심리)상담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이에 따라 교육체계 표준화, 교육기관 인증평가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상담사의 불법 의료행위 조장 및 (심리)상담사 법안의 현행 보건의료관계법령과 상충
현행 의료법 제2조(의료인)제2항제1호에서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명시돼 있고,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제1항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은 비의료인에게 심리상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담사가 아니면 상담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행위는 의료인만이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의료기사에게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의사의 지도하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부분에 한해 제한적으로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등 의료관련 법령의 체계와도 어긋난다”며 “법체제의 통일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특정 의료행위에 대한 비의료인의 독점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의료법의 근간을 파괴하는 입법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리)상담사’신규 직종 창출 시 보건의료계 혼란 초래 및 국민의 건강과 안전 위협
의협은 “법안은 비의료인에게 (심리)상담사 자격을 부여하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심리)상담사의 심리상담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인의 통상적인 심리상담이 불법 행위로 판단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안에 명시된 (심리)상담사의‘심리상담’과 의료법에 따른 정신건강의학과의‘심리치료’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명확하게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의료인인 (심리)상담사가 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법에 근거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금지조항과도 상충되는 결과가 예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결국 (심리)상담사와 의사간에 업무영역으로 인한 갈등으로 보건의료계를 비롯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심리상담의 전문가인 정신건강의학과의사가 상존함에도 (심리)상담사라는 신규 직종을 창출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의료행위인 심리치료를 불법으로 시행해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반대했다.
이밖에도 의협은 1급 상담사와 2급 상담사의 자격 기준을 수련시간, 국가시험 응시 여부 등에 따라 달리하고 있으나 각 급별 상담사의 명확한 역할도 구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