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시행키로 했던 간호등급가산개선제도에 대해 대한병원협회가 내년으로 시행시기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 병협측의 ‘시간 벌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달 16일 ‘제6차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보건의료서비스 제도개선소위원회’를 열고 의료기관 평가에 따른 진료비 차등화를 추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에서 복지부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를 위한 고용과 관련해 간호등급가산개선제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현행 간호등급 가산제도는 간호사 비율(간호사 1인 당 담당병상수)에 따라 입원료를 10~50% 가산하는데, 간호등급의 상승에 따라 신규채용 간호사 인력에 따른 비용 상승에 비해 수입증가가 이에 미치지 못해 등급이 높을수록 오히려 적자가 된다.
개선된 간호등급가산제에 따르면 이 같은 불합리한 면을 감안해 병원의 경우 5등급, 종합병원은 3등급의 가산율을 현행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하고, 간호사수가 너무 적은 기관은 입원료의 5%를 감하는 7등급을 신설함으로써 간호사 수가 적은 기관은 불리하고 간호사를 많이 확충하는 의료기관은 유리하게 된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제도의 시행을 위해 7월 중 대대적인 홍보를 거친 뒤 8월부터 제도시행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식 시행일자를 정하기 위해 지난 주 복지부에서 열린 ‘간호등급가산개선제도’ 회의에서 병협측은 인력확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시행일시를 내년 신규 간호사 배출 시기에 맞춰 연기해 달라고 요구한 것.
병협의 이 같은 연기요청은 제도 시행 시 중소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고급인력이 이동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중소병원에서 발생할 인력유출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채용규모가 늘어날 경우 근무여건 및 급여 면에서 나은 종합병원으로 경력 간호사들이 이직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경력 간호사의 높은 인건비 충당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병원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신규 간호사 채용률이 50%를 조금 상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미채용 유효인력을 활용하는 부분도 개선제도시행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밝혀 기존 미채용 유효인력 역시 시행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병협측이 제안한 연장 시기가 굳이 신규 간호사가 배출되는 시점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간호계 안팎에서 지적되고 있다 .
어차피 기존 유효 인력이 4~5만 명인 것에 비해 확충규모는 1700명으로 매우 적을 뿐더러 매년 배출되는 1만 명의 신규 간호사까지 합쳤을 경우 수급불균형은 지금이나 내년이나 마찬가지인데 시기를 굳이 내년 신규 간호사 배출시기로 늦추자는 것은 병협의 연기 사유에 비춰 그 개연성이 희박해 고의적인 ‘시간 벌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편 간호협회 관계자는 “당장이라도 개선된 가산제도가 시행된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유효인력 활용 시 간호사 보수 훈련이 실시돼야 하는데 협회 차원에서 당장 보수 훈련을 실시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해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적극적인 간호사 인력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시행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막무가내식 진행이 아닌 시행을 위한 제도가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복지부 보험급여팀 손영래 사무관은 “간호등급가산개선제도의 시행일자를 확정하는 자리에서 병협과 간협 양측에서 시행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 검토는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손 사무관은 “현재 개선된 가산제도로 인해 확충되는 규모(1700명)를 비롯, 년간 배출되는 1만 명의 신규 간호사 및 4~5만 명의 미고용 유효인력을 고려한다면 굳이 시행일시를 연기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양 기관의 요청이 있는 만큼 검토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
200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