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저지 13개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소방청장이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통과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지난 9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의 소위 ‘119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이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에 따른 업무범위의 제한으로 적절한 응급조치를 할 수 없어 발생하는 응급환자의 생명 위험과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의 소생을 위해 업무범위를 벗어난 응급처치를 한 119구급대원이 민·형사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현행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상 의료기관 밖에서 응급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한 소방청의 과오를 법률 개정을 통해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발의 단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9법 개정을 통해 제안이유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개정 과정에서 유관단체 및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타 의료관계법령과 충돌하지 않는 필요범위 내에서 개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한 119법 개정안 대안은 국회 서영교, 최춘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문구 중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1조와 응급처치의 범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의 응급처치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를 삭제함으로써 개정 주요 취지와 다르게 그 내용이 중대하게 변경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은 소방청장으로 하여금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응급처치라는 ‘의료행위’와 관련해 보건의료직역별 업무범위를 정하는 ‘주체’ 및 ‘절차’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따라서 국회는 중대하게 변경된 법안의 내용에 대해 관련 의료전문단체와 직접당사자의 의견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수렴해 입법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변경된 법안이 실체적으로 불러올 결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기존 의원 발의 개정안의 중대한 변경과 관련해 입법당사자인 소방청의 의견 청취만을 하였을 뿐,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에는 단 한 차례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9월 21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제2 소위원회를 통과시킨 후, 바로 다음 날인 9월 22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즉각 의결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법안을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할 만큼 개정안의 주요 문구를 삭제한 ‘중대한 변경’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반드시 이뤄졌어야 하는 재검토 및 논의의 절차를 무시한 채, 특정 기관에 의해 좌우돼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입법절차의 원칙을 무시했다”며 “결국 119법 개정안은 제안이유와는 달리 소방청의 과오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이는 결국 개정안 발의 당시부터 제기됐던 간호 인력의 무분별한 사회진출 및 광범위한 타 보건복지의료직군 업무영역 침탈이라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도 간호사의 무분별한 사회진출 및 이에 따른 타 보건복지의료 직군 업무영역 침해로 인해 보건복지의료인력 간 협업 및 상생 가능성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간호 인력의 지속적 의료기관 밖 유출로 인해 필수의료 등에 필요한 간호 인력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등 의료관계법령 체계를 무너뜨리면서 119구급대원 간호사에게 업무범위의 무분별한 확대라는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보건복지의료직역 간 극한 대립이라는 현 상황과 간호인력 유출 현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우리 사회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재난으로 인해 노출된, 취약한 ‘병원 전 응급의료’ 및 후진적 ‘소방구급체계’를 개선하고자, 구급대원에 특화된 전문인력인 ‘응급구조사’ 직군을 뒤늦게 탄생시켰으며, 이들에게 의사의 권한을 일정 부분 위임해, 전문적 응급처치를 수행하는 역할을 사회적으로 부여한 바 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소방구급대원 중 66.9%(8512명)를 차지하는 이들(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가 20년간 변화하지 못해, 2017년 국민 여론 및 다수 시민사회의 힘으로,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를 개정하기 위한 논의가 어렵게 시작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소방청은 현행 국내 유관법률 및 학문적 체계상, 간호사가 병원 밖에서, 응급의료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인력임을 ‘깊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5년의 기간(2015~2020) 동안 무려, 2000여 명의 간호사를 소방공무원으로 대거 채용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간호사 출신 구급대원으로 인해 여러 가지 현행법상 ‘불법의 소지’는 물론, 다수의 무면허 의료행위(기관 내 삽관 등)로 응급환자에 대한 ‘치명적 위해(危害)’ 및 ‘다양한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서야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20년간 업무 범위의 정체로 인해 고통받은 응급구조사 직군을 교묘하게 이용, 여론을 호도하고 국회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묘한 기만적 방법으로 발의된 해당 법안은 진실로 그간 고통받은 응급구조사 직군에 대한 철저한 무시이며, 폭력이고 만행임이 자명하다고 부언했다.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또한 사회적·학문적 ‘특수한 필요성’ 때문에 의사에 의해 응급구조사 직군에게 위임된 고도의 의학적 행위를 포함하는 ‘응급처치’ 행위를 어떠한 학문적·전문적 타당성이 검증되지 못한 간호사에게 일말의 ‘초과금지’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도 없이, 소방청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것’에 불과한 ‘협의’ 정도에 그치는 법 자구로 그 ‘안정성’을 위장해, 마치 ‘안전성’을 확보한 것처럼 국회와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응급구조사 직군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필요성인 ‘응급처치’에 관한 업무를 어떠한 학문적 의학적 타당성도 없이 간호사가 ‘오직’ 구급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더욱 상위의 자격자인 ‘응급전문간호사’ 마저도 뛰어넘는 다양한 의학적 행위들을 허용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응급구조사의 근무 장소가 병원이라고 해 간호사 고유의 업무인 ‘진료의 보조’ 업무를 응급구조사에게 허용하겠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이며, 간호사 스스로 ‘일반간호사’보다 전문적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간호사’ 제도 및 법률을 통해 구현 가능한 상위의 업무를 무분별하게 오직 간호사가 ‘구급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허용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스스로 법리적 모순에 빠짐은 물론, 완전한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즉 해당 법안은 보건의료직종 간 업무의 분장·분담으로 달성 가능한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각 보건의료직종 간 협업구조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임은 물론, 그간 주목받지 못한 응급의료현장에서 헌신한 우리 응급구조사 직군의 직업적·학문적 특수성을 완전하게 무시하는 것임을 넘어, 종국에는 응급구조사 직군의 사회적 ‘말살’을 초래하고 말 것이라는 결론이다.
끝으로 13보건복지의료연대는 “해당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성급하게 통과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기 열거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 검토해 구급대원을 통해 제공되는 국민에 대한 응급의료행위가 예측 가능함은 물론 의학적 안전성을 담보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할 것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또한 개정안에서 응급구조사 직군에 대한 사회적 말살을 초래할 소지가 다분한 자구의 완전한 수정 및 삭제가 이뤄져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