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 ESG 요소를 포함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 방식을 말한다.
의협은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지난 12일 제출했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의 친환경·사회·윤리적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의료기관 인증 기준에 ESG를 고려한 운영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의협은 ESG의 요소를 의료기관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크고, 의료기관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협은 “아무리 사회적으로 ESG에 대한 부분이 확대되고 있다고 하나 이는 주로 영리기업에게 해당되는 개념이고, 구체적 기준이 아닌 ESG를 고려하라는 추상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며 “심지어 환자 치료라는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 특히 상급종합병원 지정이나 인증제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사항이 아닌 ESG를 의료법에 명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법에서는 의사나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하고 있고, 상업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한 출자를 금지하는 등 영리목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며 “의료가 가지는 특성과 우리나라 의료체계 및 민간의료기관의 열악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기관에 ESG요소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과도하고 무리한 요구라고 볼 수 있으며, 기업 분야에 대한 도입도 초보적인 수준임을 감안하면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행위는 환자에 대한 치료 및 건강 회복을 위한 선의의 행위인데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해 충분한 지원보다 오히려 갈수록 행정 부담이나 각종 규제 및 의무를 지우는 것이 심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ESG 기준들이 불합리한 규제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인증제도에 대해서는 “현재도 높은 인증 기준과 인증비용, 인센티브 부족 등으로 인해 중소병원 참여율이 현저히 낮다”며 “의료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추가할 경우 저조한 참여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인증제도 자체에 대해 기피나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의료기관 인증제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 중심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반성하고 규제를 위한 제도 강화보다는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높은 인증기준을 완화하고 중복된 인증항목을 줄이는 등 인증기준 개편이 필요하다”며 “인증 의료기관에 대한 충분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유인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인 바, 이러한 지원방안부터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