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범 운영될 ‘보호자 없는 병원’과 관련, 의료계는 의료기관의 경영현실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대한간호협회 주최,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13일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보호자 없는 병원 만들기 정책 콜로키엄’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영호 이사는 정부의 ‘보호자 없는 병원’ 도입은 비용 및 간병의 질 확보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현 체제에서는 무리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용적인 측면을 언급하며 “제도 도입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공급자측으로 전가되지 말아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의료의 질을 보장한다는 측면보다는 비용을 감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이는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수가와 더불어 병원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도 시행에 따른 인건비와 관련, “간호인력을 원활하게 확충하기 위해서는 32~56%에 불과한 현 간호사 인건비 보전율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가화 돼 있지 않은 간호서비스에 대해서도 적정한 보험수가를 책정하는 등 간호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이사는 “비용을 고려한 나머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간병인력의 양성 및 확충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병을 단순히 일상생활이 불편한 사람을 보조해주는 수발이 아닌 의료적 care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간병의 질 확보에 주의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전문의료인력인 간호사의 영역과 간호보조인력으로서의 일반간병인의 영역을 구분해 간병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정부에 의한 인력양성체계 및 인증제도의 구축, 사후평가제도 도입 등 간병의 질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각각의 수요자 및 공급자에게 적합한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간병서비스의 대상을 중증환자 또는 노인환자 등으로 한정할 것인지, 환자유형에 관계없이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정 이사는 언급했다.
아울러 “간병인력 운용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직접 고용 형태로 할 것인지, 외주용역의 형태로 할 것인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융통성이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병상대비 인력기준이나 간병서비스 제공기준 등과 관련, 각각의 의료기관의 규모와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호 이사는 “이 같은 전제조건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의 시스템을 현실화하려는 노력 없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부가적인 기능 개선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