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이나 일반외과로 전원 시켰어야 할 환자를 타 과로 전원, 적절한 치료가 늦어져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사의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판사 조용구, 박춘기, 김원수)는 “교통사고 후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복부손상에 대한 진료가 가능한 일반외과의원으로의 전원을 권유했어야 한다”며 의사들의 잘못을 지적했다.
환자 갑은 남편이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동승해 가던 중 남편의 과실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인근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평소 자신이 혈액투석을 받던 A내과에 가서 혈액투석을 받으면서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당시 환자 갑의 복부에는 안전벨트에 의한 타박의 흔적이 드러나 있었으며, 혈압은 저하돼 있었다.
이에 A내과 원장은 혈액투석을 계속할 방편으로 인근에 있는 B신경외과의원에 입원할 것을 권유했고, 환자 갑 또한 B신경외과원장 또한 환자 갑이 신경외과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승낙했다.
B신경외과원장은 환자 갑에 대해 방사선촬영, CT촬영을 했으나 환자 갑이 호소하는 복부통증의 원인을 진단하지 못했고, 진통제를 처방하는 이외에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신경외과적 치료도 하지 않았다.
그 후 B신경외과원장은 환자 갑이 계속 복부통증을 호소하자, 다시 CT촬영을 해 복강 내 파열 소견이 보인다고 하면서 모 대학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유했으며, 환자 갑은 모 대학병원에서 대장의 외상성 천공으로 인한 범발성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내과원장은 교통사고 환자인 갑이 주로 호소하는 복부손상에 대한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 또는 일반외과의원으로의 전원을 권유해야 했는데, 환자 갑의 신부전증에 관한 혈액투석을 계속할 방편으로 인근에 있는 B신경외과로 전원시킨 과실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한 “B신경외과원장의 경우도 환자 갑이 신경외과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운영하는 신경외과의원으로의 전원을 허가할 것이 아니라 종합병원 또는 일반외과로의 전원을 권유했어야 했으며, 복부 CT 등 정밀 검사를 시행해 적절한 조치나 상급병원으로의 전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만,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돼 있는 점, 환자 갑이 입은 대장천공이 그의 남편의 과실로 발생한 교통사고에 기인한 점, 환자 갑이 말기 신부전증 환자인 점, 후복강 내 장기손상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A, B원장의 책임비율을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의사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터잡아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의사가 환자에게 전원을 권유할 경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맞춰 그에 합당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을 권유할 의무가 있다”며 “전원을 받는 의료기관의 의사 또한 전원을 승낙하는 것이 환자의 진료에 적절한 것인지를 따져 전원을 승낙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명백히 밝힌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