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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휴가 방콕족’에 추천하는 의학만화 6편

의학 정보 전달, 의료계 비판, 생명 존엄성 등 다뤄

바야흐로 휴가 시즌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산이며 바다를 찾아 대도시의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무더운 계절이 온 것이다.
 
하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복잡하고 비싼 피서지에서 바가지 뒤 짚어 쓰고 인상 쓰기 보단 집에서 편히 쉬려는 실속형 방콕족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와 태풍으로 휴가일정을 못 잡은 ‘新 히키고모리족’이 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은둔 폐인들에게 제안하는 휴가법 하나.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편안하게 만화책이나 영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이럴 경우 금전적인 절약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만화 중에는 특정 직업이나 전문 지식을 소재로 한 만화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한 가지가 바로 의학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들 의학만화들은 의학 정보의 전달, 의료계 현실의 비판, 생명의 존엄성이나 문명 비판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자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의학만화를 볼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메디포뉴스 기자 6명이 의학만화 6편을 강추한다.
 
헬로우 블랙잭
 
병원의 일정 때문에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방치해두는 비정한 의료현실과 병원 내 집단 이기주의, 의료계 내부의 문제와 함께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고발한 책이 있다.
 
어떤가? 뜨끔하지 않은가? 하지만 안심하시길, 헬로우 블랙잭은 일본의 의료현실을 고발한 만화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의료현실과도 많은 부분이 비슷해 만화를 보는 내내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언뜻 제목만 보면 도박만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도박만화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추천한다) 일본의 의료계 현실을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조명해낸 수작이다.
 
한편 이 만화 도입부분을 보면 “전국 81개 대학에서 매년 8000여명의 새로운 의사들이 쏟아지며 인턴은 하루 16시간 이상의 노동과 3만8000엔(약 40만원)에 불과한 급여를 받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전공의들 대우가 형편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단순히 금액만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그나마 복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헬로우 블랙잭이라는 제목은 실제 의사출신인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데츠카 오사무에 대한 오마주로서 천재 무면허 의사를 주인공으로 했던 그의 만화 블랙잭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최지현 기자)
 
의룡
 
원래 만화를 그다지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의료계 전문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특히 보는 양이 줄어들었다.
 
오랜만에 큰 맘먹고 동네 도서대여점을 들려서 어떤 만화를 볼까 하며 고민하다가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의룡’이라는 만화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기사를 쓰면서 늘 보고 듣는 것이 의학과 관련된 것들이라 만화책까지 의학만화를 보는 고통은 피하고 싶었지만 몇 장 넘겨보니 그림체가 매우 깔끔했다.
 
“음, 이거 괜찮겠는걸”
 
그래도 혹시 재미없을지 몰라 소심하게 1권만 빌려왔는데 그날 저녁 보면서 이내 후회를 했다.
 
‘그냥 있는 것 전부 다 빌려올 걸 그랬네’
 
하지만 이미 1권은 다 봤고 시간은 12시가 넘어 대여점은 문을 닫아 버렸다.
 
이 만화는 잘 생기고 천재적인 외과의 아사다 류타로를 통해 바치스타 수술과 의학계 속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패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그런데 일본의 의료계가 이렇게 썩어있으면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조현미 기자)
 
닥터 코토 진료소
 
무료한 휴일 오후, 놀아주는 사람도 없고 별다른 약속도 없어 애꿎은 TV만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괴롭혀댔다.
 
지친 TV의 반항이었을까? 리모콘 조작 실수로 평소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 70번 후반 대의  번호가 눌려졌다.
 
낚시나 환경, 다큐멘터리 채널 등 지루한 방송들만 모아놓은 케이블의 유배지 70번대 채널. 그런데 난 거기서 시바사키 코우를 본 것이다. 
저 깜찍한 여배우를 재미없는 의학케이블방송에서 보게 될 지 누가 알았을까? 난 곧 그 드라마가 닥터 코토 진료소라는 것을 알게 됐고 만화가 원작이라는 것도 얼마지 않아 알 수 있었다.
 
결국 드라마의 매력에 이끌려 원작인 만화도 모두 보고 말았다. 이 만화는 외딴 시키나 섬 진료소의 유일한 의사 고토 겐스케를 통해 휴머니즘, 인간의 진솔함, 의사로서의 자세 등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만화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 영화 스카이 닥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가는 것일까? 수준은 전혀 다른데 말이다.
(류장훈 기자)
 
닥터 K
 
닥터 K라는 만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사실 만화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때는 닥터 K가 무슨 만화인지도 몰랐다.
 
역시 만화에 젬병인 친구와 함께 어쩌다 닥터 K에 대해 얘기하게 됐는데 나는 “탈삼진 잘 잡는 투수를 닥터K라고 하니 야구만화 일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그 친구는 “닥터라는 글자가 들어가니 의학만화일 것이다”라고 우겨댔다.
 
그때는 사실 프로야구 연도별 우승팀이나 아직 미혼인 여배우 이름은 기막히게 댈 수 있었지만 만화는 정말 보지 않았기에(그냥 공부에 방해된다는 핑계로) 친구와의 논쟁은 끝이 나질 않았다.
 
잘난 척 하길 좋아하는 반 친구 녀석이 점잖게 다가와 “의사가 주인공인 만화”라고 설명해줬지만 그 녀석은 평소에 인제대학교가 강원도 인제에 있다고 말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구석이 많았기에 난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내가 틀린 것으로 밝혀지고(틀렸기 때문에 음료수를 사준 기억이 난다) 나중엔 어떤 만화인가 궁금해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너무 길어서 다 보지는 못했지만.
 
천재적인 어둠의 의사가 신기에 가까운 실력으로 수술을 하는 장면을 보고 웬만한 의사들은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는데 이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그건 내 착각이었다. 그나 저나 닥터K는 지금 몇 권까지 나와 있을까?
(이영수 기자)
 
닥터 노구치
 
이 만화를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다. 워낙 만화를 좋아하던 나는 군대에 있을때에도 추리만화, 의학만화, 개그만화 등을 편식 없이 정말 열심히 봤었다.
 
보통 군대에서 만화를 본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서울에서 근무하는 교통의경이라는 특성상 만화방을 뻔질나게 들락거리면서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날도 일치 감치 ‘딱지’를 20장 이상 끊어 마음이 가벼워지자 나도 모르게 발길은 만화방으로 향했다.
 
지금에 와서 교통경찰 제복입고 애들 틈바구니에서 만화책을 보는 모습을 돌이켜보면 정말 낯 뜨겁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도 몰랐다.(이 것도 군인 정신일까?)
 
닥터 K를 재미있게 봐서 인지 닥터 노구치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칼만 휘둘러 대면 다 죽을 것 같은 환자도 멀쩡하게 살리는 닥터 K를 보면서 노구치라는 닥터는 어떤 필살기를 갖고 있을까 너무도 궁금했다.
 
그런데 이 무슨 지지리 궁상 같은 만화란 말인가? 너무도 사실적인 스토리 전개(나중에 실화임을 알았다)와 주인공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만화는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뻥’이 난무하는 만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아프리카에서 큰 업적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할 종이에 단 한 줄로 기록되는 그런 업적만을 남기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그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왜 인지 내용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코흘리개 시절에 노구치 전기라는 동화책으로 이미 봤던 것이다. 
 (이상훈 기자)
 
눈물고개 진료소
 
사실 이 만화는 의학만화 중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으로 도시의 한귀퉁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눈물고개라고 부르는 언덕에 작고 허름한 진료소의 이야기이다.
 
진료소를 맡고 있는 노의사가 지병으로 더 이상 진료를 볼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옛 제자인 스즈카에게 진료소를 부탁한다.
 
하지만 스즈카는 간호사 코즈에와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한다. 그러나 둘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마음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 만화 미덕은 성인용이라 야한 장면들이 적당히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용과 무관한 억지는 없는 편이다.
 
만화를 보다 보면 엘리트이면서 예쁘기까지 한 여의사 스즈카가 마음에 쏙 들 것이다.
(김윤영 기자)
 
정리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