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사 교섭이 24일 파업여부를 놓고 막판 진통 중인 가운데 병원노동조합협의회(집행위원장 현정희) 소속 15개 병원은 7월 중순 일제히 교섭을 시작한 이래 일부 병원을 제외하곤 대체로 순조롭게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충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제주의료원, 제주한란병원, 제주서귀포의료원, 제주한국병원, 경상병원, 한동대선린병원, 강원대병원, 동국대병원, 청구성심병원, 서울간병인지구 등 15개 병원들은 현재 산별교섭이 아닌 각자 개별 교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의료공공성을 최우선 화두로 삼고 지난 달 13일 상견례 이후 지금껏 14차 교섭을 실시했으며, 교섭 초기부터 노사가 이견을 보였던 ‘서울대병원 복지부 이관’과 ‘EMR 외주 운영’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병원은 8차 교섭을 마친 상태며, 공공성 및 병노협 공동요구안을 심의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울산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크게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두 차례 교섭을 치르면 공공성 부분의 논의를 마무리하고 9월부터 임금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병원 역시 의료공공성 및 병노협 공동 요구안을 중심으로 6차례 교섭을 치렀으며, 인력 및 임금 등이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병원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인력의 경우 응급실, 신장실, 영양실 등의 인력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이 밖에도 임금(총액대비 8.57%)과 자동승급제 및 시차 근무와 같은 변형근무 금지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 할 것”이라고 전했다.
충북대병원은 6차 교섭을 진행 중이 있으나, 쟁점 사안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요구안 심의는 아직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7.7% 인상)을 포함 자체 요구안은 확정됐으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보다 정확하게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조만간 조합원과의 간담회를 열고 중점 사안들을 선별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서귀포의료원은 작년 말 노조가 설립된 신생 노조인 만큼 다른 지부보다 이른 6월부터 교섭을 시작해 중요 사안에 대한 노사 양측간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활동 방해 금지, 전임자 등 정치 활동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총칙 부문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으며, 신생 노조인 만큼 다소 포괄적이더라고 이 같은 부분의 조율은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뿐만 아니라 “병원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직급제 폐지 및 단일 호봉제 등을 중요 요구 사안으로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대선린병원은 빠른 시일 내에 조합원을 대상으로 요구안 설명회를 실시, 자체 요구안을 확정하고 3차 교섭부터 요구안 심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강원대병원은 본 교섭 및 실무교섭을 합쳐 총 4차례 교섭을 실시했으며, 이번 교섭에서 노조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12.2%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병원 노조는 국립대병원 가운데 강원대병원이 후발 주자라 여건이 많이 힘들다.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임금 수준도 다른 병원에 비해 열악해 12%정도 낮은 편이라 이번에 인상율을 높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병원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교섭 자체가 여지껏 실시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 교섭 당시 재단 이사장으로부터 교섭위원들이 해임된 이후, 지금껏 교섭이 중단 된 상태.
동국대병원 노조는 논의를 거쳐 2004년 이후 진행되지 못했던 3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아우르는 통합 교섭을 결정, 오는 24일 상견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병원측에 보냈으나 이에 대한 병원측의 입장은 아직 없는 상태다.
더욱이 병원측은 의료원장이 아닌 기조실장을 교섭대표로 내세우고 있고, 노조는
이를 반대, 의료원장이 반드시 교섭대표로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동국대병원
의 교섭 개시는 당분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병원을 제외한 병노협 소속 병원 대부분이 교섭 초기인 지금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교섭을 진행해 오고 있긴 하지만, 핵심 쟁점들 심의에는 돌입하기 전이라 이 같은 순항은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교섭 초반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핵심 안건인 임금 부분이 내달 9월부터 다뤄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9월에도 병노협 소속 병원들의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