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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⑥] 우리나라의 의료는 왜곡의 정도가 점차 심화되어갈 가능성 높다

김재문(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

최근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하여 논의가 뜨겁다. 의사수가 부족한지 적절한지는 주장하는 분들마다 자신의 논거를 가지고 의견을 내놓으니 아마도 듣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영역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사를 늘리자는 주장은 왠지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주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는 아마도 강남의 즐비한 성형, 피부미용, 비만치료 의원들과 그들의 과다한 홍보를 보면 의료인 총량의 놀라운 불균형과 지역 균형의 왜곡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게 한다.

인류애와 헌신으로 환자를 돌보라는 국민의 바람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닌 젊은 의사들에게는 무망한 요구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어렵고 힘들고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지는 길을 가라는 사회의 요구는 정당하지도 않고 실형 가능성도 없는 매우 비현실적인 요구일 것이다. 

인간은 경제적인 동물이다. 경제적이란 본인의 주관에 따른, 본인의 노력에 대한 보상에 대한 만족의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보상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경제적인 관전 뿐 아니라 보람, 평판, 선을 실현하였다는 자아의 만족, 학문적 성취감 등 여러 형태로 가치 매김을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시대는 점점 경제적 욕구는 높아지고 개인의 자유롭고 여유 있는 인생을 추구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의료는 심각한 왜곡에서 벗어날 수 없고 왜곡의 정도는 점차 심화되어갈 가능성도 높다. 필수의료는 집약적이고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여야 하는 영역이고 이에 더하여 진료 결과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큰 진료영역이다. 당연히 부의 배분을 필수의료 영역에 더 많이 배분하여 더 많은 의사가 현재보다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60대 의사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당직비를 받고 주 1~2회를 당직하는 현실은 현재의 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유사한 의미의 더 심각한 왜곡은 비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에 기인한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은 왜곡된 의료시장 질서를 회복하는데 필수적이다. 전 세계에서 1인당 연평균 진료일수가 가장 높은 우리의 현실은 비정상적인 수가와 비합리적인 의료전달체계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하여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적인 원칙은 공급과 수요의 합리적 배분이다. 3차 병원으로 집중되는 의료수요를 적절히 배분하는 일은 심각하다고 할 만큼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시장은 가격으로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1, 2, 3차 병원의 수가를 적절한 수준으로 지금보다는 빠른 속도로 재조정하고 의뢰 및 회송체계를 합리적으로 보완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1차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요구하면 의사는 거의 예외 없이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를 개선하여 의뢰가 필요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고 의뢰가 늦어지는 경우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에 대하여 법적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하여 의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명백하게 1, 2차 진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질환을 단순하게 본인의 원에 의하여 무분별하게 3차병원으로 진료를 의뢰하고 3차병원에서는 기계적으로 검사하고 장기간 반복 처방하는 일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일이다. 또한 적절한 수가 개선을 통하여 단순질병으로 3차 병원 진료를 받게 되면 명백한 경제적 불이익이 동반됨을 국민에게 홍보하여야 한다. 

또한 1, 2차 병 의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질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반복적인 처방이 이루어지는 환자의 경우 3차 병원의 진료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몇 가지 특수질환의 경우 예외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단순 질환이며 잘 조절되는 환자의 장기처방이 1, 2차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도록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병의원 방문 횟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개월이나 6개월 처방이 가능한 환자를 매달 진료하도록 하는 현재의 제도는 매우 비합리적이다. 

전문 학회에서는 1, 2,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가능 한 질환의 guideline을 확립하고 상급기관으로의 의뢰가 필요한 경우에 대하여 적절한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환자의 무분별한 요구를 제한할 근거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에는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과잉, 과다 진료를 억제하여 국민 의료비를 경감하고 필요한 부분에 적절히 재 배분하려는 노력은 명확한 방향 설정과 함께 앞으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