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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소아의료 단비’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중간 성과 공개 심포지엄

지원 없던 소아암·희귀질환 연구 발전에 박차 가할 기회, 역대 최대금액 기부
1071명 의료진 참여, 176건 과제 진행… “연구와 함께 지방 소아청소년 의사들도 늘어나야”

소아암과 희귀질환 극복을 목표로 역대 최대 규모의 민간 재원 기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유가족은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2021년 서울대병원에 3000억을 기탁했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살펴야 한다’는 유지였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사업단을 구성해 어린이 환자에 대한 치료비 지원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소아암과 희귀질환 연구를 후원하기로 했다. 현재와 미래의 의료진이 활용하고 참고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지원사업단(단장 김한석)은 11월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윤덕병홀에서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심포지엄을 개최, 사업 성과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에는 최재형 국회의원, 최영무 삼성사회공헌업무총괄 사장,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 최은화 소아진료부원장, 김한석 소아암·희귀질환사업단장 등이 참석했다. 

사업단의 목표는 질환이 다양하고 환자 수는 적어 표준 치료법이 없는 소아암,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통합 치료지침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양질의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운영 방침 3가지는 ▲실질적, 직접적 혜택 제공, ▲공정하고 투명한 사업지원, ▲전국 의료기관의 참여로 정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은 1년 반이 지났다고 했다.

사업단은 소아암, 소아희귀질환, 소아공동연구 3개 사업부가 운영되고 있으며, 과제공모 및 외부요원 평가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소아암 48건, 소아희귀질환 19건, 공동연구 109건 총 176건의 과제를 공모·선정했으며, 전국적으로 160개 의료기관과 1071명의 의료진이 참여한다.


전체 진단건수는 소아암 1089건, 소아희귀질환 1746건, 공동연구 1149건 총 3984건의 진단이 이뤄졌다. 또한 소아암 14건, 소아희귀질환 627건, 공동연구 1695건 총 2336건의 치료가 진행됐다. 특히 공동 데이터베이스 기반 치료 플랫폼을 통해 소아희귀질환 857건, 공동연구 5336건 총 6193건의 코호트가 등록됐다.


1부 사업경과보고 및 환아들을 위한 행사에 이어 2부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최은화 소아진료부원장이 좌장을 맡아, 연구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한석 단장은 “사업단장으로서 공정적이고 투명한 관리를 통해 정말 필요한 곳에 도움이 갈 수 있게 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의사의 관점이 아닌 환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사업이 잘 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사업부에서 진행 경과를 발표했다. 소아암 사업부장 강형진 교수는 “소아암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 1단계라면, 2단계는 진단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위험이지만 꼭 필요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다.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을 동반하기도 하므로 새로운 치료제를 도입하는 게 목표고, 치료에 집중하는 2단계로 도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아희귀질환 사업부장 채종희 교수는 “소아 희귀질환은 종류가 굉장히 많고, 진단이 굉장히 어렵다.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 많아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와 가족의 진단 방랑을 끊는 것이 목표다. 희귀질환은 우리나라에 1명만 앓는 병도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역량을 모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포토 프로젝트 등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채종희 교수는 “진단된 환자의 경우에는 치료를 진행하는데, 희귀질환은 치료 가능한 경우가 아직 10%에 불과하다. 희귀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컸을 때 치료의 근간에 다가설 수 있도록 중반기·후반기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공동연구 사업부장 문진수 교수는 “희귀질환이 각 진단마다 숫자가 굉장히 적다. 코호트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연구 집단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희귀질환 극복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 이제 연구 중반에 들어서서 성과가 있는 코호트를 구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사업부는 어린이들에게 질환을 진단받을 수 있는 기회와 가장 최근의 발전하는 치료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사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제언들이 이어졌다.

소아암을 극복한 환아의 어머니이자 소아암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김미선 씨는 “소아암의 항암치료는 장기적이며, 많은 신체적, 경제적, 정신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한다. 간호하는 부모를 위한 정서적 지원이 부족하다. 현재 주 2회, 월 10회 방문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간호하는 부모를 위한 정서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 소아암 멘토에 대한 지원 방법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소아심장질환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다. 환우회를 20여 년간 운영하면서 항상 공단, 심평원 등을 다니며 급여 확대만 요청해왔는데, 삼성에서 이렇게 큰 기금을 기부해주셨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상호 대표는 “적은 지원 속에서 소아 진료를 하느라 수고하는 의료진들에도 고마운 마음을 늘 갖고 있다. 환자 가족용 교육 자료가 필요하고, 아이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학교 선생님이 어떻게 간호하면 되는지에 대한 참고 자료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북대병원 조민현 교수는 지방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아의료의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조민현 교수는 “건국 이래 가장 큰 소아의료 기부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일찍, 소아의료 상황이 좀 더 나았을 때 기부가 이뤄졌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지방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가 몇 년 째 나오고 있지 않고, 대학 교수가 경증진료까지 맡게 돼 업무 과다로 사직하는 경우도 이어진다. 새로 채용을 하려고 해도 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걱정되는 것은 미래다. 이번 연구비 지원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 연구 업적을 임상 현장에 적용할 젊은 의사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석 단장은 “환자 가족에 대한 정서적인 지원 또한 환자 가족을 위한 직접적인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안에 포함시키겠다. 단순하게 이 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지방에서의 소아의료 활성화 방안도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의 성과가 될 수 있는 하나의 목표는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첨단의료, 최신의료지만 데이터가 정립되면 표준 치료로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치료법과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기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