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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긴급분석…韓의료기 사용, 이번엔 憲訴?

의료기 사용 놓고 대립, 머리 맞대고 상생 모색해야

[기획Ⅱ·끝]CT 사용 등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계와 한의계의 마찰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양 단체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최고 화두는 단연 CT판결이다. 지난 2004년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CT로 진단행위를 하다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K한방병원이 서초구 보건소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6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한의사가 CT를 사용하는 것은 재량권을 넘어서는 행위”라며 한의사 CT사용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 번복은 의료계와 한의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꼴이 돼버렸다.
 
이처럼 한의사의 CT사용에 대해 법원조차 헷갈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법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알쏭달쏭한 의료법
 
현행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을 보면 의료기사는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반드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의료행위를 행할 수 있다.
 
현재 한의사에게는 의료기사 지휘감독권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사를 고용해서 CT 등을 촬영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한의사가 직접 CT 촬영을 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현행 의료법 25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있다. 그리고 한의사는 당연히 의료인이다.
 
물론 복지부는 의료법상 한의사는 한방의료업무를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방사선진단 또는 임상병리검사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한의사의 의료장비 사용은 임상연구 목적에서만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한방의료업무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임상연구 목적이라는 표현도 사실 애매한 표현이다. 즉, 한의사의 CT 등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의료기기는 의사의 전유물 아니다
 
서울시한의사회 김정곤 회장은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한의사의 CT를 포함한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준비중이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기술의 발달로 첨단의료기기 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들 의료기기들은 의사들의 전유물은 아니다”면서 “문명의 이기인 것을 한의사란 이유만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한의사들은 자동차나 휴대폰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진단을 더 정확하고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진단용 기기의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하는 것일 뿐 치료기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별이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하고 있으며 또한 복지부의 해석도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의료계와 함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의사들은 진맥이나 하고 한약이나 주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한의사를 비하하는 마당에 특별위원회 구성은 아직 요원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민 건강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습관적으로 묻지마 검사를 하는 의사들과 달리 한의사들은 촉진, 시진, 망진 등을 통해 검사를 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검사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문제없이 사용 가능
 
한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기에는 한의사들의 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본과 4학년 때 진단방사선학을 배우는데 물론 충분하진 않겠지만 한의사들이 자신의 진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하고 “진단방사선의사 정도의 수준을 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회장은 “만약 한의사들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되면 지속적인 연수교육 등을 통해 한의사의 자질을 향상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료이원화 자체가 불법
 
이 같은 한의계의 주장에 대한의사협회 유용상 의료일원화특별위원장은 “한의계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내면 우리는 이원화된 의료제도 자체가 위헌적인 제도로서 이는 불법이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찬성한다”고 전하고“하지만 한의계가 진실성을 갖고 있지 않아 위원회 구성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 의료일원화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다”면서 “이에 대해 다시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서는“일단 의료계와 한의계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데 서로 주장하는 바가 너무 달라 토론의 장을 만들 수 가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료기기 사용 주장은 한방 한계 드러낸 것
 
의료계 한 관계자는 “한의계와 의료계는 철학과 과학의 차이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한의계가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의계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한방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료기기를 이용해 한방을 포장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엇보다 의료일원화를 이뤄내고 그 뒤에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지 일원화가 안된 상태에서는 한의계는 어떤 논리로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의사들이 대학 때 진단방사선학에 대해 배우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의사들이 대학 때 잠시 배운 지식만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한의사들은 현대사회에서의 면허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원한 상생의 길
 
지난 17일 국회에서는 안명옥 의원실 주최로‘보건의료계 상생과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됐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보건의료계 전체의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 의약단체들의 지혜를 한데 모으자는 취지에서 열린 자리지만 참여 단체들은 단체들의 권익만 대변하며 아직 상생의 길은 멀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이날 각 단체 참석자들은 상생과 발전을 위한 제언보다는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급급해 토론회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첨단의료기기가 개발되고 있으며 한방의료도 레이저 침술을 이용한 행위가 보험급여로 인정되는 등 점차 현대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개발되는 의료장비를 의료계와 한의계 어느 한 분야에서만 사용하라고 제한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양 단체 모두 국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양 단체의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
 
한 한의계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세우는 것 자체가 한방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서 “국민들은 진단용 의료기기를 의사가 다뤄야 하느냐 한의사가 다뤄야 하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잘 다루느냐를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도 양 단체가 의견접근을 못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의료일원화란 말인가?”라며 “양 단체가 서로 힘을 합쳐 복지부에 압박을 가하고 이로 인해 의료법을 명확하게 개정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