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말하지 않은 진료와 관련된 환자 본인의 정보로 인한 의사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했을 경우 의사에게 책임이 있을까.
이 같은 경우 환자에게도 사망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지만, 의사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의료계·법조계 전문가의 결론이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진료시 복부를 구타 당한 사실을 말하지 않은 환자가 의사의 오진으로 패혈증이 악화돼 사망한 사례를 소개했다.
K 일반외과 원장은 남자대학생 G씨를 환자로 맞았다.
G씨는 전날 새벽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친구에게 복부를 주먹으로 2~3회 강타 당했다.
G씨는 친구와 화해 후 다시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자고 일어나 통증을 느껴 내원해 K원장에게 “밤새 술을 많이 먹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통증이 생겼다”고만 말했다.
K원장은 G씨의 상태를 급성췌장염 혹은 알코올성 간염으로 생각하고 입원시킨 후 G씨가 복통을 호소하자 수액치료와 함께 진통제를 처방했다.
다음날에도 G씨의 복통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자 K원장은 G씨를 종합병원으로 후송했고, 이송된 이후 G씨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빈맥, 고열, 빈호흡 등의 증상을 보이다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이튿날 사망했다.
부검결과 G씨는 장파열에 의한 패혈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윤리위는 “환자가 자신의 질병이나 몸상태에 대해 진실을 온전히 알려주지 않는 이상 의사만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는 올바른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의사는 그럴 때라도 최선을 다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환자가 의사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않는 경우를 *환자 본인이 생각하기에 과거, 혹은 현재의 어떤 사건과 현재의 질병이 무관하다고 보는 것 *폭력사건, 성행위 등 치부를 감추기 위해 털어놓기를 꺼리는 경우 *의사의 지시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은 경우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이러한 경우라도 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을 자세하게 물어보거나 의사를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환자가 제공한 정보의 사실성 여부를 다시 한번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K원장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환자 사망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며 “G씨의 말을 그대로 믿고 필요한 검사나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의사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판례를 근거로 “K원장이 엑스선 촬영과 같이 의심되는 질병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했다면 검사결과에 의해 환자의 사인인 장파열을 의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환자의 진술이 없더라도 검사과정에서 이를 알 수 있었던 만큼 환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도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윤리위는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 내에서 의료상의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을 기준으로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가 발생할 것을 예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 데에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리위는 K원장이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환자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환자에게도 사망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