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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1-2-3차 전원 후 사망, 잘못은 누구?

윤리적 ‘중소병원’-법적 ‘의원’ 책임에 무게

의원에서 신부전으로 의심되는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 응급조치를 했으나 진전이 없어 중소병원으로 전원 후, 중소병원 역시 신기능 검사 및 혈액투석 장치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없어 의원과 유사한 조치를 취한 뒤 차도를 보이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이송해 급성 복막투석치료를 하다 환자가 급성신부전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과연 잘못은 어느 의료기관에 있을까.
 
이에 대해 윤리적 측면에서는 중소병원, 법적 측면에서는 의원에 책임이 있다는 엇갈리는 해석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최근 발간한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정형외과에 내원한 교통사고 환자가 3차 의료기관까지 전원된 후 사망한 사례에 대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정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H원장에게 35세의 남자 B씨가 교통사고로 오후 10시경 내원했다.
 
당시 환자의 의식은 명료했고 혈압은 정상이었으나 얼굴이 창백하고 양 대퇴부가 심하게 부어있었다.
  
얼굴과 다리에는 지속적인 출혈이 있고 내원 후 40분 경과 후 혈압이 100/80mmHg로 떨어져 지혈과 봉합 등 조치를 취한 후 2시간 가량이 지나 수혈을 시작했다.
 
세 차례에 걸쳐 농축적혈구 4파인트를 수혈하고 그 후 추가로 수액을 공급하면서 환자의 경과를 관찰했다.
 
이튿날 9시30분 B씨의 혈압은 90/60mmHg로 더 떨어졌고 12시간 동안 측정한 소변량이 300cc에 불과해 H원장은 신부전을 의심했지만 신기능 검사나 혈액투석을 할 시설이 없어 H원장은 B씨의 상해부위 및 정도, 치료내용, ‘핍뇨증세를 보이고 있어 신부전이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작성 인근 S병원으로 전원했다.
 
S병원 역시 혈액과 수액을 투여하고 산소를 공급하면서 B씨의 경과를 관찰했지만 나아지지 않았고 의식까지 혼미해진데다 S병원 역시 혈액투석장치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없어 급성 신부전 진단 아래 A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B씨는 A대학병원에서 3회의 혈액투석 및 1회의 급성 복막투석치료를 받았으나 창상부위의 근육 괴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결국 급성신부전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윤리위는 윤리적 측면에서 “H원장은 신부전이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작성할 정도였다면 혈액투석장치나 신장내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것이 옳았다”면서도 한편 “H 원장이 S병원에 전원하는 과정에서 신부전을 의심하고 있는 환자를 이송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고 S병원이 환자 이송을 승낙했다면 H원장의 책임보다 S병원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윤리위는 S병원이 H원장으로부터 신부전 의심 환자의 이송에 대한 질문을 이송전에 받은 바가 없었다 하더라도 “H원장의 소견서에 신부전이 의심된다고 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판단을 했어야 한다”며 “따라서 S병원이 전원을 허용했다는 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원 후 상당 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환자가 A대학병원으로 이송된 것은 잘못이며 S병원의 책임은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H원장의 소견서가 잘못된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한 S병원은 신부전으로 진단될 경우 자신들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까지 생각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적인 측면에서는 “의료법 제11조 1항에서 의료인은 응급환자에 대해 당해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그 환자에 대해 적정한 응급의료를 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에는 지체없이 그 환자를 적정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신부전을 의심하면서도 신부전을 치료할 만한 혈액투석장치나 산장내과 전문의가 없는 S병원으로 전우너한 것은 ‘적정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고나으로의 이송’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B씨가 전원한 인근병원에서 다시 종합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은 후 사망했다 하더라도 B씨의 사망에 대한 H원장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