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4개월째를 맞은 입원환자 식대 급여화에 대해 병원 및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입원환자 식대 급여화는 시행 여부를 논의하는 당시부터 시민단체와 병원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으며, 이 같은 반발은 실제 현장에서 식사 질 저하와 병원적자 등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 및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와는 달리 보건복지부는 자체적으로 자료조사를 실시해 ‘식대급여화 이후 식사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시행 이후 6개월간의 모니터링 기간을 갖고 차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은 정부의 식대방안에 대한 반박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복지부의 홍보에 대해 “한마디로 자화자찬”이라며 “객관적인 자료를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가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병원측은 급여식 질을 낮춤으로서 환자들이 비급여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수익을 메울 수 있기 때문에 아쉬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다만 이 같은 비급여식에 대해 복지부가 파악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따라서 복지부 모니터링 기간 이후를 대비해 “특별히 비급여식 증가율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실련과 함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소속된 또 다른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역시 정부의 식대방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식대원가 및 가산율 적용에 대한 경실련의 문제제기와는 달리 소시모의 경우 ‘정부의 식대급여화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입장이다.
소시모 관계자는 “정부의 식대가격도 문제지만, 최근 병원 실사를 해 본 결과 식대 보다는 진료비 관련 급여율을 높이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말로 정부의 급여화 방향과 환자의 요구가 다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아울러 그는 “복지부는 ‘조금씩이라도 더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누리는 것이 낫다’는 시행 이유를 밝히고 있지만 이로 인해 수치상의 전체 보장률 상승의 효과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의료일선에서 식대급여화를 체험하고 있는 병의원 관계자들의 견해도 이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서울강남지역협의회 김 근 회장은 “병원이 밥장사 하는 곳도 아니고 환자식을 가지고 정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희귀질병을 보장해 주지는 못할 망정, 건보 재정도 적자라고 하면서 식대로 국민에게 선심 쓰려는 행태”라며 복지부의 식대 방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중소협원협의회의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차라리 그 돈으로 만성질환자나 중증질환자에 대한 혜택을 늘리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직영을 하고 있는 우리 병원의 경우 정부 방침대로 영양사와 조리사수를 늘려서 간신히 이전과 비슷한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며 “이마저도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라 10~15%정도의 손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대학병원도 마찬가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식대 급여화 이후 수십억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직영과 위탁을 각각 절반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관계자는 “위탁의 경우 조금 형편이 낫지만, 직영하는 곳은 손실이 막대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방식대로라면 기존보다 반찬수가 줄이는 등 식사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면서 “가격에 비해 식사 질을 예전과 같이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행 이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복지부로서는 이 같은 병원계 및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들에 부담을 갖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관계자는 “시행 초기라 판단은 아직 이르다”고 재차 강조했다.
병원계 및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도 특별한 답변을 하지 않아 식대급여화가 새삼 이슈화 되는 것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이 정부의 입원환자 식대 급여화가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의 반발이라는 불씨를 여전히 안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잡음 없이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