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야간·휴일진료 ‘할까 말까?’ 고민

기대만큼 수요 없고 몸만 피곤해질 수 있어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개원가는 통상적인 진료시간을 파괴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야간진료에 휴일진료까지 하는 365일 연중무휴 의원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ㅂ안과는 “평일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직장인들을 위해 휴일진료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인근의 많은 의원들이 야간진료나 휴일진료를 하고 있는 등 이 지역에서는 이미 보편화 돼있다”고 알렸다.
 
ㅂ안과는 4명의 원장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병원으로 의사간 평일 진료시간을 조절해 휴식을 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간호사들도 교대로 휴일근무를 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피곤하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른 병원과의 경쟁도 있지만 그만큼 수요(환자)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간 및 휴일진료를 하는 모든 병원들이 이 같은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ㅇ산부인과의 경우 매일 저녁 9시까지 진료를 하지만 환자 수는 그리 신통치 않은 형편이다.
 
이 병원 원장은 “개원초기부터 늘 9시까지 진료를 해왔다”면서 “한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늦게까지 진료하지만 야간에 찾아오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요즘 같은 세상에 남자가 진료하는 산부인과는 더더욱 어렵다”면서 “개인시간 챙겨가면서 일할 수 있는 여유 있는 의사가 얼마나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아울러 올해 2월 초에 야간진료 가산료가 환원됐지만 6시 이후에 오는 환자에게도 야간진료 가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노원구의 한 산부인과 개원의는 “우리 병원의 경우 야간진료는 하고 있지 않다”고 전하고 “노원구는 신혼부부가 많은 특성상 많은 병원들이 야간진료를 하는데 사실 7시까지 진료를 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야간진료는 힘든 데 늦게까지 하는 만큼 환자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면서 앞으로도 야간진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의 내과 개원의는 “야간진료를 하고 싶지 않아도 인근 병원에서 야간진료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야간진료를 하지만 몸은 힘들고 원하는 만큼 환자도 늘지 않아 몸만 축 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