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료보험법 제정과 관련, 관계자들은 민영보험과 공보험과의 역할재설정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관리감독기관 및 표준화 작업 등에서 이견을 보여 입법이 현실화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복지사회포험과 의료연대회의가 25일 공동주최한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에서 정부 및 시민단체, 보험단체 등은 관련 법 제정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진석 서울의대(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의 필요성과 주요내용’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민영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그는 현재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과 지속적인 갈등 야기 및 재정 부담 초래 *경제적 보호 기능 미흡 *의료서비스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 부재 및 신의료기술 개발∙확산 효과 부재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민영의료보험과 공보험과의 역할 재설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보험상품의 표준화 *보험료 대비 혜택 비율(지급률) 하한선 설정 *기존 병력자 및 고위험군 보호방안 *차등적 세제 정책 *관리감독체계 정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현행 민영의료보험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 함으로써 보험사의 안정적 운영에 치중한 나머지 국민건강보장 측면이 간과되고,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정부 정책에 커다란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 보건당국이 관리감독권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상품 일반에 대한 규정으로, ‘질병’을 다루는 민영의료보험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민영의료보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팀장은 “본인부담금이 40%인 현재로서는 보장성 확대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이 필수적인데도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의료보험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2단계에 걸쳐 민간의료보험 관련 TFT를 구성해 전문가 자문단을 통해 연말까지 세부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박영춘 재정경제부 보험제도 과장은 “비록 본인부담금과 소득상실 등을 이유로 민간의료보험을 선택하는 현실에서 민간의료보험의 역할과 관련한 대안을 쉽게 찾기란 힘들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가 제안한 상품 표준화에 대해서도 “환자들의 처지와 입장, 세부질환 등이 다 다를텐데 ‘표준화’로 인해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표준화로 인한 업체 담합 및 경쟁약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창호 한국소비자보호원 과장은 “민영의료보험과 관련한 법률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영의료보험의 역할 재설정과 관련, “소비자 입장에서 건강보험에서 60%를 보장하고, 나머지 40%를 민영의료보험에서 보장 받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보장을 없을 것이나, 현재로써는 치과, 성형외과 등 비급여 분야에서는 양 보험 모두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시행하기엔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안병재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은 재고돼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는 “민영의료법은 민영의료보험 보장을 제한함으로써 보험소비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감독권의 이중화로 규제완화 정책과 배치된다”며 반대이유를 밝혔다.
안 상무는 “민영의료보험은 보험리스크가 매우 크고 공보험과는 달리 고려해야 할 여러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험 및 금융 전문성을 가진 기관에서 관리 감독하는 것이 소비자와 보험회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보충형 의료보험은 포괄적으로 질병을 보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실손형을 중심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상이 건강보험연구소센터 소장(제주의대 교수)은 초고령화 추세에서 향후 국민들이 보다 질 높은 의료를 보다 손쉽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바람직한 역할 설정이 필요하다는데 적극 동의하면서, “의료사각지대 및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보장되고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재 법정 본인부담금이 너무 높아서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면, 향후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재원을 마련해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의료보장제도의 완비에 보다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시민단체 역시 “보험회사의 공익적 성격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민영의료보험법은 의료보장체계라는 큰 틀에서 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