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와 로맨틱한 관계를 갖는 것은 과연 타당할까.
통상적인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선상에서의 관계라면 법적으로는 문제시될 것이 없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다만 의사윤리 차원에서는 치료가 진행 중일 때에는 이 같은 관계가 진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남편과의 불화와 성적 불만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환자와 애정관계에 빠진 정신과 원장의 사례에 대해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사례에 따르면 정신과 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Y원장은 40세로 2년 전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으며 부인과 딸은 미국에 가 있는 상태였다.
Y원장은 3개월 전부터 남편과의 불화와 성적인 불만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미모의 L씨에게 마음이 끌렸다.
L씨 역시 Y원장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되고 증상은 매우 호전됐으며 어느날 L씨는 감사의 표시로 Y원장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Y원장은 자신이 이혼하고 혼자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L씨는 자신의 호전은 Y원장 덕분이라며 남편과 하루라도 빨리 헤어졌으면 좋겠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L씨는 Y원장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으면 자기는 다시 우울증에 빠져 자살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Y원장은 이미 자살을 기도한 전력이 있는 L씨를 거부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윤리위는 법률적 측면에서 “환자와의 로맨틱한 관계는 법적인 문제는 아니다”며 “단 Y원장이 아직 이혼하지 않은 L씨와 성적인 관계를 가졌다면 그때는 일반적인 간통사건이 되며 L씨 배우자의 고소가 있을 경우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리위는 의협 윤리지침을 근거로 “의사는 진료관계가 종료되기 이전에는 환자의 자유의사와 환자와의 합의에 의한 경우라 할지라도 환자와 성적 접촉을 비롯해 애정관계를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신과 의사의 5~10%가 환자와의 성적 접촉을 가진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며 “의사-환자 관계에 있어 가끔 이러한 일탈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위는 의사-환자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애정관계로 발전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환자의 심신에 대한 객관적 파악 어려움 *환자의 순응도 문제 *관계 자체가 환자의 상태 악화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부득이하게 진료중 애정관계를 맺는 경우가 생기면 의사-환자 관계를 종료하고 다른 의사에게 환자를 보내 치료를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L씨가 아직 혼인상태에 있다는 것이 사회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