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중환자실 인력부족 심각…‘의료 사각지대’

의료노조 “중환자들, 열악한 환경 무방비 노출”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차단되는 유일한 곳인 중환자실이 인력부족과 경험미숙으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실태보고서가 발표돼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민주노총공공연맹의료연대노동조합(위원장 이장우, 이하 의료연대노조)은 지난 28일 보건복지부에서 중환자실 실태보고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연대노조는 국내 중환자실의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복지부에 촉구했다.
 
복지부는 중환자실 기준강화 방침과 관련 지난 7월 6일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 9월 확정공포 후 내년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연대노조의 중환자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간호사 1인이 보는 응급실 환자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2~3명, 경북대병원은 2~4명, 울산대병원은 2~4명, 충북대병원은 3~4명이다.
 
의료연대노조측은 “정부의 인력기준안이 현재의 수준보다 더 낮은 4.8명으로 이는 미국의 간호사 한 명당 2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며 “법적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력기준 안에는 간호사가 하루에 보는 응급실 환자수가 1.2명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는 데이, 이브닝, 나이트로 나눠지는 근무 기준과는 다르며, 이를 환산할 시 결국은 지금보다 더 많은, 간호사 한 명당 환자 4.8명에 해당한다는 것이 의료연대노조의 주장이다.
 
노조측은 “응급실의 경우 입원실과는 달리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병상당 간호인력충원에 따른 수가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병원 측이 인력충원을 충분히 하지 않아 인력운용이 일반입원실보다 더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응급실 환자들은 일반실 환자들과는 달라 이 같은 인력부족은 환자의 사망과 직결된다”며 “실제로 이로 인한 응급실 사고가 적잖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는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무작정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한 열악한 인력실태와 관련, 간호사들이 노동부하를 감당하지 못해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의료연대노조에 의하면 응급실 근속년수는 병원 간호사 전체 수준인 6.1년에 비해 절반 수준인 2.9년에 그쳤으며, 이는 결국 숙련성이 떨어지는 간호인력들이 응급실 업무를 볼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A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높은 이직률로 신규간호사가 많아 응급상황에 대처하기가 힘들다”고 말했으며, B병원의 경우도 “환자의 중증도는 많은데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C병원의 경우 역시 “신규가 많다. 6개월 미만이 3명이나 돼 항상 긴장하면서 일한다”고 털어놨다.
 
이 뿐만 아니라 의료연대노조측은 “병원이 편법적인 준 중환자실 운영을 통해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노조에 따르면 현재 준 중환자실에 대한 인력 및 시설, 수가체계에 대한 기준은 없다.
 
병원측은 이 같은 허점을 이용, 준 중환자실을 통해 환자들에게 기준 병실료 보다 높은, 중환자실에 해당하는 병실료를 부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미 준중환자실 한 병동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실과 간호보조
인력 없이 근무당 간호사를 한 명만 배정하겠다고 해, 위험상황 발생시 나머지 다
른 환자는 방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노조는 “중환자실의 인력은 그 어느 부서보다 숙련된 적정인력이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병원의 실태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복
지부 조차 이러한 중환자실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관련법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의료연대노조는 “간호사대 환자의 기준을 근무당 간호사 1인 당 환자수로
할 것”과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중환자실도 차등수가제(안)도 반드시 근무당으로
인력기준이 돼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아울러 중환자실에 대한 일률적 기준이 아닌 병원규모와 중환자실의 중증도를 반영
한 인력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종합전문병원내의 경우 중증도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 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
도록 해야 하며, 중환자실내 특수unit(장기이식과 관련된 수술환자 간호와 같은 특
수간호 필요)의 운영, 혹은 해당 병원의 장기이식 수술건수 등을 반영해 병원의 중
증도를 수가에 반영토록 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간호사의 인력수준을 향상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과 간호보조인력의 여부에 따른 가감제도를 반영할 것 *중환자실을 유해 위험 부서로 지정해 주당 근무시간을 단축할 것 *준중환자실에 대한 인력기준 및 시설, 수가체계를 만들어 편법 운영을 방지할 것 등을 정부에 주장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연대노조측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기준은 중환자실을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병원에서 반드시 준
수해야 하는 최소 기준”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의료연대노조측이 말한 일부 대형병원의 중환자실 간호사 인력기준을 간
호사 1인당 환자 수 0.5~1.0명으로 전체 병원에 적용할 경우, 전국 약 280개소의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은 기준 충족의 어려움으로 중환자실을 폐쇄하는 결과를 초
래, 오히려 중환자를 수용할 병상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간호사 인력 등을 기준으로 중
환자실을 등급화하고, 등급에 따른 적정 건강보험 수가를 지불하는 방안을 검토 중
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