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수술적응증에 대해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수술을 권유했다면 법적으로 책임이 있을까.
환자의 상태에 대한 평가를 잘못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했다면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내려졌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는 ‘개원의를 위한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시행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거나, 그 정도는 아니라도 불필요한 수술 등 과잉진료행위를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례에 따르면, 의국 선배들과 함께 척추디스크 환자를 전문으로 보는 신경외과 클리닉을 공동개원하고 있는 H의사는 어느 날 허리가 아프다며 찾아온 36세의 남자환자를 맞았다.
L씨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지 한달 가량 됐고 그 전까지는 아무 일 없이 건강한 증권회사 샐러리맨이었다.
엑스선 촬영과 MRI검사 결과, L4-L5부위에 심하지 않은 추간판탈출증 소견이 발견돼 H의사는 비스테로이드계열의 진통제와 근이완제를 처방한 뒤 휴식을 취할 것을 당부했고 디스크 환자를 위한 운동요법을 알려줬다. 2주 정도 경과를 지켜보자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클리닉 대표인 K원장은 “H 의사가 이달의 진료와 수술 실적이 같이 개원하고 있는 3명의 의사 중 가장 낮다”며 “L씨를 그냥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 상세한 검사를 하든지 대략적으로 수술 적응증이 된다면 우선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다그쳤다.
H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그리 심하지 않고 요통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굳이 수술을 권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우선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 보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 아니냐고 반문했으나, K원장은 “우리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 경영에 대한 상식은 있어야 하는데 대체 일을 같이 할 수 없다”고 따졌다.
이 사례에 대해 윤리위는 “사례 자체만으로는 법령 위반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H의사가 K원장의 권유대로 L씨에게 수술을 권유한 경우 법적으로 의사의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판례에 따르면 환자의 골절 상태에 대한 평가를 잘못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시행해 환자에게 상해를 입게 한 사건에 대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윤리위는 의료시술을 *꼭 해야하는 시술 *하면 좋은 시술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시술 *해서는 안될 시술로 구분하고 “이 중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시술과 *해서는 안될 시술은 환자에게 해를 입히지 말라는 ‘해악금지의 원칙’에 따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의료법 제53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의료인으로서 심히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1년 이하의 의사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따라 ‘불필요한 검사·투약·수술 등 과잉진료행위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이를 근거로 윤리위는 “K원장이 H의사의 판단을 질책한 것은 H의사의 권한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고 그 목적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K원장이 H의사의 진료행위를 관리,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면 H의사의 결정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 개입할 수 있지만 이 사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