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장경쟁원리와 민간자율성을 무시한 처사로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김효석 의원(민주당)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품목 많은 게 아니다
정부가 의약품 재평가를 통해 1만 품목까지 줄여 나간다는 포지티브 시스템에 대해 김 의원은 “의약품 종류가 많고 적음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판단할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며 “의약품 종류와 가격은 의료기관과 의료소비자에 의해 조정되는 논리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정부가 기존 의약품에 대해 약효대비 경제성 판단을 통해 보험등재에서 제외해 나가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포지티브 시스템을 무리하게 시행하다간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의약계의 분란만 일으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보험등재품목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대해 “보험 등재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 지출이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이 팔릴 가능성이 없는 의약품인데도 불구하고 등재목록을 유지하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약제비 높은 게 아니다
보험재정 중 약제비가 28.8%로 OECD 평균 17.8%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의원의 견해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의 약제비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의료비 총액이 적기 때문이며, 의료비 총액이 적은 이유에는 우리나라 의료비 총액이 과소 추정되는 경향이 있고, 건강보험 수가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또 “다른 나라는 공공병원 비중이 많고, 공공병원의 시설투자 비용이 의료비 통계에 포함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의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부분이 의료비 총액에 잡히지 않아 약제비 비중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가약, 다품목 처방…의약품 소비 습관 고려해야
고가약을 다품목 처방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은연 중에 병원과 의사의 도덕적 해이를 암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게 김 의원의 견해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국내 종합전문병원의 고가약 처방율이 56.5%로 의원의 20.2%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김 의원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종합전문병원과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는 의원급을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히고 “국내 종합전문병원과 다른 나라의 종합전문병원과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지만 정부도 국제 비교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정부는 우리나라의 처방건당 품목수가 3.2~4.2개로 선진국의 1~2개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타당하지만, 약품 소비는 의료공급자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관습이나 국민의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유통질서 일원화 추진…실패 불 보듯 뻔해
정부가 유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욕심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독점적 사업자를 만들어 내려는 정책처럼 위험천만한 일이 없다는 게 김 의원의 견해다.
김 의원은 “복지부가 몇 년 전 무리하게 의약품 종합유통망을 구축하려다 수백억원의 예산만 낭비하고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으며, 복지부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여러 곳에서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 모두 실패한 결과를 초래 했다”며 “이는 시장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런 실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다시 정보만을 일원화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김 의원은 “물류를 제외하고 정보만 관리하겠다는 것에 대해 이해관꼐자들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성공하기 힘들다”며 “복지부의 이러한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의약품 유통은 기존 생성된 시장의 질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옳다”며 “우선적으로 세무행정과 병원회계 투명화 등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juny@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