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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감염병은 생존의 문제”…고령층 예방접종 강화 시급

초고령사회 필수예방접종 방향 모색 토론회 성료


고령층 감염병 관리가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령층 감염병에 대한 특수성 반영과 정부차원의 정책개선 등을 촉구했다. 

2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전문가들이 고령층 감염병 관리의 중요성과 국가필수 예방접종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창오 교수는 “고령층에서 감염병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먼저 김 교수는 감염병 관리 체계에서 노인층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포털을 통해 연령별 감염병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고령층 감염병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때문에 “고령층 감염병은 특정 질환에서 노인의 특성을 접목해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인플루엔자와 같은 감염병은 사망률 측면에서 고령층에 치명적이다. 김 교수는 “인플루엔자의 감염률은 소아에서 높지만, 사망률은 고령층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형태를 보인다”며, “예방접종을 통해 사망과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감염병 중에서도 폐렴은 고령층에서 가장 중요한 감염병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폐렴이 노인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으며, 암이나 심장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이 감염될 경우 사망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의 경우 폐렴 증상이 일반적인 기침·가래가 아니라 단순한 무기력, 식욕 감소, 의식 저하로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노인은 감염병에 걸렸을 때 증상이 모호하고, 의식 저하나 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진단이 어렵다”며 “미국의 요양시설 감염병 진료지침에서도 기능 저하, 이동성 변화, 대화 불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감염병을 의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령층 예방접종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폐렴구균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필수적으로 접종해야 한다”며, “특히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층에서 감염병이 더 치명적이므로 예방접종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감염병 관리체계에서 노인을 별도로 고려한 정책이 부족하다”며 “고령층의 감염병 특성을 반영한 예방 및 대응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순서로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실효성 있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특히 성인 대상 예방접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예방접종 사업은 소아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성인 대상 접종은 제한적이다. 

정부가 백신을 공급하거나 지원하는 주요 사업으로는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 19종 백신을 전액 지원하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사업 △청소년 및 저소득층 여성 대상 HPV 예방접종 사업 △B형간염 수직감염 예방 사업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 △65세 이상 대상 폐렴구균 백신지원사업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소아 예방접종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을 만큼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인 예방접종 확대가 필수적이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목적과 운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예방접종 체계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예방접종 전문위원회(ACIP)에서 권고안을 정하고, 각 보험사가 커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정부가 직접 부담하는 예방접종은 제한적이며, 주로 의료보험이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한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예방접종의 비용 효과 분석을 통해 국가가 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은 예방접종 재정 구조가 전혀 다르므로 미국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영국처럼 예방접종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국가가 비용 부담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접종이 건강보험이 아닌 별도의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백신은 의료보험으로 커버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도입될 때마다 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이러한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방접종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방식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집단면역 형성이 중요한 백신은 전액지원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건강을 보호하는 백신의 경우 일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 “부분지원 방식이 도입될 경우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계층에서 예방접종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교수는 예방접종 정책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예방접종 정책이 보건학적 필요성을 기반으로 도입·운영될 수 있도록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2020년 국가 예방접종 도입 체계가 마련된 점을 언급하며, “이 체계는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다. 향후에도 근거기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발표를 마치며 “국가 예방접종 사업은 질병 부담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성인 예방접종 확대, 재정 부담 구조 개선, 근거 기반 정책 운영을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예방접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고한슬 사무관은 예방접종 확대 정책에 대해 “국민의 선호도만을 기반으로 백신 도입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의학적 필요성과 공중보건학적 필요성을 고려한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백신 도입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있으며, 국민 수용도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사무관은 “2023년에 도입 우선순위를 도출한 바 있으며, 이번에 고령층에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폐렴구균 백신의 경우 당시에도 2순위로 선정됐다”면서, “질병청 역시 이 백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향후 정책 추진 시 예산 확보와 접종 수용성을 고려해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 도입 시 질병의 특성, 백신의 특성과 식약처 허가사항, 접종수용성, 경제적 비용 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설정한다고 제시하며 “기존의 감염병 예방접종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최대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고 사무관은 “전통적인 감염병 전파 차단이 아닌 건강증진 목적의 예방접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때는 고령층 중에서도 저소득층을 배려하는 방안이 추가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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