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피부과학회(회장 강훈)가 지난 4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제76차 춘계학술대회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마르틴 로킨 교수로부터 독일 피부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비롯해 대만의 피부과 현황, 환경오염이 피부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독일 피부과 교육과 진료의 현재와 미래 – 마르틴 로킨 교수 초청강연
유럽피부과학회(EADV) 전 회장이자 독일 튀빙겐 아버하이트-헤어트 대학(Aberheith-Hearth University)의 저명한 피부면역학자 마르틴 로킨(Martin Rokin) 교수가 초청연사로 나서 ‘독일 의대와 피부과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로킨 교수는 독일의 피부과 전문의 제도, 진료 환경 및 향후 과제에 대해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로킨 교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독일에는 총 6223명의 피부과 전문의가 활동 중이며, 이 중 약 5000명(80% 이상)은 개원의로 근무하고 있다. 그 중 3471명은 개인 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1288명은 고용된 형태로 일하고 있다.
병원 근무 피부과 전문의는 1076명으로, 이 중 160명은 병원장 또는 과장급의 리더십 포지션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개원의도 전공의 수련을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어, 다양한 수련 환경이 가능해졌다. 수련 과정은 수술, 정맥학, 알레르기학, 광선치료, 피부병리학, 종양피부과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카탈로그’ 기준에 따라 진행된다.
특히 로킨 교수는 “전문의가 되기까지 6~10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한 경우도 많으며, 독일에서는 전공의 지원 경쟁률이 매우 높아 한 자리당 1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린다”면서 “유럽 각국의 보건의료 시스템과 피부과 전문의 양성 체계가 상이하며, 독일은 외과적 술기를 포함한 전문 진료가 강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독일 국민 대다수는 피부과 전문의를 피부질환의 최종 전문가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용 진료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로킨 교수는 “많은 개원의가 여전히 피부건강증진과 치료에 집중하는 진료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번 강연에 피부과 전문의 수급, 교육 체계, 직업적 정체성에 대한 국제 비교의 장을 마련했으며, 한국 피부과 교육제도 발전과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로킨 교수는 ‘JAK 억제제의 암과 감염의 위험성’에 대한 강의에서 “약물 간 비교보다는 각 작용 기전의 면역학적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피부면역치료의 기전과 임상 적용의 균형, 안전성 및 치료 전략 선택 기준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이 강연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대만 피부과 제도의 변화와 도전 – Dr. Patrick Po-Han Huang 강연
Dr. Huang은 현재 대만 가오슝의 피부과와 미용클리닉의 개원의로서, 장궁기념병원 피부과장을 역임하고 대만피부과학회(TDA)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대만의 피부과 수련과정 개편, 미용피부학회 설립, 국제 학술교류 확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혁신을 이끌어왔다.
이번 강연에서 Dr. Huang은 대만 피부과의 제도적 변천사와 국민건강보험(NHI) 도입 이후 나타난 주요 변화를 소개하며, 낮은 의료 수가와 불균형한 보험 수익 구조가 젊은 피부과 의사들의 진로 선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비전문의에 의한 피부미용의료 시술이 확산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대만에서는 피부과가 의대 졸업생의 최상위 선택지였지만, 최근에는 치의학과가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수가에 의한 의료 왜곡을 시사하는 경고 신호라고 강조하면서 ▲전공의 수련 제도 개편 ▲학회 중심의 연수교육 강화 ▲국제 학술 교류 확대 ▲미용의료 분야에서의 전문성 확보 등을 통해 피부과 전문의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이번 강연을 통해 대만과 한국이 공유하는 의료 정책상의 현실과 도전 과제를 확인하고, 피부과의 미래를 위한 전략을 함께 모색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환경오염과 피부 건강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환경오염과 피부 건강’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 세션도 열려 다양한 환경 유해 요인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세션에는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김명신 교수,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홍승필 교수,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정보영 교수 등 세 명의 연자가 참여해 각각 대기오염 및 기후변화, 미세 플라스틱, 환경 호르몬이 피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명신 교수는 대기오염과 기후변화가 피부 장벽 기능을 약화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 같은 주요 피부 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승필 교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다루며, 화장품과 세정제 등 생활 속 제품을 통해 피부에 노출된 미세 플라스틱의 잠재적 영향과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보영 교수는 환경 호르몬이 피부 노화와 아토피 피부염 등과 연관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이번 강연을 통해 환경 문제와 피부 건강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사회적 관심과 대응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학회 측은 “환경 유해 요인이 단순한 외부 자극을 넘어 피부 질환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피부과학 내에서도 환경의학적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부과 영역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공공 교육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학회는 앞으로 환경과 피부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국민 인식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