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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지금, 심장 수술이 멈춰지려 합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 대 국민 성명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지금, 심장 수술이 멈춰지려 합니다.”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이하 흉부외과학회)는 지난 60여년 간 정비되지 않은 국내의 의료제도 안에서도 대한민국 국민이 안전하게 심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자체적 제도를 만들고 전문적 교육을 하며, 체외순환사라는 특수인력을 양성해왔다. 체외순환사를 포함한 진료지원인력들의 헌신, 흉부외과 의사의 노력 그리고 환자들의 희생으로 심장 수술의 기틀이 마련되었고,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2025년 6월 간호법 시행 후 60년간 공들여온 심장 수술의 한 축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우리는 심장과 대동맥 수술을 하고, 폐암을 수술하고, 심정지 환자에게 에크모를 삽입하고, 폐이식과 심장이식으로 생명의 마지막까지 환자를 치료하는 흉부외과의사다. 흉부외과가 외과계의 꽃이며 필수의료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책과 행정의 몰 이해는 흉부외과를 기피과로 만들고 붕괴를 초래했다.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의정 갈등의 결과,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12명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유일한 희망인 12명의 전공의를 교육하며, 손을 맞잡아온 전담인력들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삶을 희생하며 버티고 있다. 그런데, 오늘, 부당한 제도가 흉부외과의 한 축을 무너트리고 있다.  

심장을 멈춰야 심장 수술은 시작된다.  
정확히 말하면,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인공 심장 장치를 가동해야한다. 이 고위험·고난이도·고비용 장비를 흉부외과 의사의 지시 하에 운영하는 진료지원 인력이 바로 체외순환사다. 이들이 없으면 심장 수술은 불가능하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의료 선진국은 모두 체외순환사 제도를 갖추고 있다. 국가 별로 일정한 교육을 받은 간호사나 의료기사 중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해 체외순환사 자격을 부여한다. 각국의 제도화 합법화의 이유는 간명하다. 체외순환 업무가 고도의 의학적·공학적 복합 전문지식이 요구되며, 환자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의료진의 법적 책임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없다면, 코로나19 시기에 수많은 국민을 살렸던 에크모도 가능하지 않게 된다.  

흉부외과학회는 의료계, 정부 누구도 체외순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가운데, 60년간 체외순환사를 육성해왔다. 간호사와 의료기사에 대해 도제식 교육을 시작으로, 15년 전부터 학회 공식 교육 과정을 운영했다. 5년 전 부터는 학회 내 체외순환학교를 설립, 엄격한 이론 교육과 1200시간의 실습 교육 후 자격시험, 인증 및 재 인증 제도로 인력 관리를 해왔다. 한 명의 체외순환사를 육성하는데 평균 4~5년의 교육기간이 소요됐다. 체외순환사의 실수가 환자의 사망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전문화·특수화·제도화는 필수적 조치였다. 
 
흉부외과학회는 체외순환사 제도의 합법화를 끊임없이 주장했다.  
수십 년간 정부, 국회, 의사 및 간호사 단체도 어느 곳도 체외순환제도에 관심 두지 않았다. 체외순환사 들은 법외의 인력이었다. 50년 넘는 기간 동안 정부 공식 문서에 단 한 줄도 기록되지 않았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이들은 흉부외과의사와 함께 에크모 치료에 매진했고, 정부는 존재를 공식화했다.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체외순환사의 문제가 처음으로 질의 되었고 이후 합법화 논의가 시작되었다. 제도화·특수화·전문화·합법화의 목적은 단 하나다. 심장 수술 중 체외순환의 오류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2023년 국정감사이후 우리는 합법화를 위해 장기간 보건복지부, 간호협회, 유관단체와 논의를 이어왔다. 간호법 제정 이후에는 흉부외과학회에서 진행하여 온 제도화·특수화·전문화를 바탕으로 간호법 내의 합법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체외순환이라는 진료지원의 길을 개척해온 의료기사들에 경과조치를 부여하고, 체외순환 업무 중 의공학 분야 교육의 제도적 부족으로 논란 여지가 있던 간호사 출신 체외순환사 들에 대하여는 흉부외과 학회교육을 담보로 유연 조치를 추진했다. 모두 체외순환 업무가 특수한 업무라는 전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간호협회의 발표 이후, 체외순환과 심장 수술 그리고 흉부외과는 매우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간호협회는 체외순환을 단순 전담간호사의 업무로 분류했다. 
체외순환과 생명유지 장치의 운영을 특수 분야로 운영하는 의료 선진국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흉부외과의 전문교육을 제외시킨 간호협회의 교육은 전문 과정뿐 아니라 관련 단순 의공학 분야 조차도 제도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교육이 되었다. 200시간 약식 교육이 유일한 의무 규정이 되었다. 60년의 퇴보였다. 단순 업무에 대한 경과조치 역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수십 년간 체외순환의 길을 개척하고 수행해온 의료기사 인력은 간호법상 의료지원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인증된 체외순환 업무를 하는 간호 인력 역시, 기사업무 금지 조항으로 인해 불법 논쟁과 법적 한계에 내몰려 체외순환사의 명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60년간 흉부외과학회에서 노력하여 궤도에 오른 제도화·특수화·전문화의 길은 사장되게 될 것이다. 논리적으로 심장수술은 2025년 6월 이후 중단될 수밖에 없다.
  
간호법의 목적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구조에서는 체외순환 업무는 전문성이 부정되고, 심장 수술을 불법의 영역으로 내몰리며, 국민건강은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는 간호법이 지향하는 본래 취지에서 명백히 어긋난 길이며 이미 제도화·특수화·전문화된 분야의 능력을 하향시키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정책 당국자 등의 결단이 없게 된다면, 체외순환은 규칙의 부재 및 오류, 소수의 오판으로 인해 불법의 영역에 놓이게 될 것이다. 심장 수술은 멈추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라도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감히 불법과 고발을 감수하며 체외순환을 진행하며 심장수술을 수행하여 환자의 생명을 지킬 것이다. 심장 수술과 체외순환의 발전이 환자의 피와 눈물과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흉부외과의사와 체외순환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의 사태에서 다음과 같은 근본적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환자의 생명이 불법의 그늘 속에서 체외순환과 의공학을 교육받은 적이 없는 비전문가에 의해 통제되고, 그것이 필수의료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지켜보아야 하는가? 영역의 이익과 직역의 확장을 위해 전문가가 진정성 있는 논의와 책임 있는 답변 미래를 향한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  

60년간 지켜온 국민 건강은 무너져도 되는가?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정부, 관련 단체, 간호계의 체외순환의 제도적 이루어질 수 없다면,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수의료의 순장조가 되어 불법의 영역에서 환자를 살리다 서서히 무너져 갈수 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 간호계는 체외순환 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이를 법제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명확하며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논의과정 중 체외순환의 특수성을 주장한 많은 의료계, 간호계, 환자단체, 정책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생명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책책임자는 현재의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미래의 환자의 안전과 자신을 희생하여 현재의 심장 수술을, 체외순환을 발전시킨 모든 사람들의 명령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모든 시간이 지나간 뒤, 자신이 벌인 엄청난 일에 대하여 되돌아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자들에 대하여 매우 강하고 엄중한 목소리로 체외순환 영역의 제도화·특수화·전문화·합법화를 유지시킬 것을 경고한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