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급속도로 노령화 사회로 진행하고 있다. 노화에 따른 만성질환자의 증가와 함께 상처·장루·실금간호사(WOCN: Wound, Ostomy, Continence Nurse)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들은 상처, 장루, 실금 및 실변이 있는 환자들에게 급성기간호 및 재활 간호를 제공하며, 병원 및 지역사회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최적의 간호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WOCN의 역사는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고 그 전문성은 신생아부터 노인까지 인간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며 다양한 의료환경에서 필수적인 전문분야로 자리잡아 왔다. 이에 따라 임상 실무 경험과 함께 고차원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이론 및 통합적 실무 능력이 요구된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임상간호사의 교육 수준별로 자격체계를 구분하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전문간호사는 검사 및 식이·약물 처방, 환자 교육과 추적관리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가 확대돼있다. 이들은 실제 임상에서 환자 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간호의 질을 향상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WOCN들이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욕창·수술상처·당뇨병성 족부궤양·장루 합병증 등 다양한 환자군의 치료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출범한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KAWOCN)는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당뇨발학회, 대한창상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수술감염학회, 대한외상중환자학회 등과 긴밀한 학술적 협력을 이어오며 해당 분야의 학문과 실무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의정갈등 기간 의료현장에 공백이 발생했을 때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는 환자 치료의 연속성 유지를 위해 전담간호사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계획부터 실무자 교육에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소명을 다했다.
상처·장루·실금 간호 분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도의 전문영역이며 상처·장루·실금 간호의 명명은 분야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임상경험에 기반한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된 교육체계는 현장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고, 간호사들의 사기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가 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과 협의를 통한 양질의 교육체계를 개발해야 할 시기다. 더불어 상처장루실금간호사를 포함한 전담간호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관련 전문 학회와 기관들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상처·장루·실금 간호 분야(WOCN: Wound, Ostomy, Continence Nursing)는 단순한 임상 술기를 넘어서 고도의 전문 간호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엄격한 교육 및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 간호계는 상처·장루·실금 간호를 ‘특정한 지식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전문 간호’로 정의하며, 이 분야의 간호사는 반드시 임상 경험과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식 인증을 받은 전문교육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문교육과정은 학사학위 이상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며, 최소 5년 이상의 임상 경력을 보유한 간호사만 지원 가능하다. 교육과정은 상처, 장루, 실금 세 분야별로 총 160시간의 이론 교육과 160시간의 임상 실기 교육을 포함하며, 이수 후 종합시험에서 80% 이상의 성적을 취득해야만 수료증이 주어진다. 수료한 간호사는 수료 후 5년 이내에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자격 취득 후에도 5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자격이 유지된다. 이는 단발성 교육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전문성 유지를 위한 구조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상처·장루·실금 간호 교육체계는 단순한 자격 취득을 넘어서, 전문직 수행에 필요한 실질적 역량을 강화하고, 임상 현장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간호법이 제정된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체계 구축과 제도적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에서도 상처·장루·실금 간호 분야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KAWOCN)는 세계상처장루실금간호학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국내 실정에 맞는 교육체계를 정립해 왔고 2023년 전문 교육기관인 KWOCN애듀센터를 설립했다. 실무 중심의 전문간호와 교육 표준화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간호사들의 교육 수요를 반영하고 선진국의 전문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해 양질의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02명의 간호사가 해당 교육과정을 졸업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80명의 신규 졸업자가 배출될 예정이다. 국내 교육프로그램이 제도적으로 보완된다면, 향후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간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교육 체계에 발 맞추어 2024년 9월 설립된 대한상처장루실금간호인증위원회는 국내에서도 간호사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인증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상처·장루 전문간호 인증시험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자격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이 인증시험은 2019년부터 약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구축된 문제은행과 체계적인 전문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지속적인 계속교육을 기반으로 시행됐으며 제1회 시험 결과 총 29명의 상처전문간호사(WC-CN), 26명의 장루전문간호사(OC-CN), 그리고 상처와 장루 모두에 전문성을 갖춘 12명의 통합전문간호사(WOC-CN)가 배출됐다.
이 인증제도는 단순한 시험 통과에 그치지 않고 5년 후 재인증을 통해 전문성 및 간호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은 미국 등 선진국의 간호 전문 인증제와 유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격 여부와는 별개로, 특정 간호 분야에 대한 실질적 전문성을 증명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다.
이번 상처·장루전문간호 인증제의 도입은 국내 간호계가 간호 전문직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단순한 자격 획득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전문성 관리와 질 향상이라는 국제적 기준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의료 환경의 변화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전문 간호 분야(nursing specialty) 발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교육과정과 인증제가 상처·장루·실금 간호교육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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