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자보심의회)의 위원장직에 비의료인을 임명하고, 사무국 업무를 보험업계의 이익적 유관 기관에 위탁하려는 독단적 시도에 대해,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김완호)는 의료 전문가의 자율성을 짓밟고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거로 규정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의료 시스템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의대 증원 사태’의 판박이와 다름없다. 전문가 단체가 마땅히 관여해야 할 영역에서 관료들이 앞장서 제도를 뒤흔들고,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국민 피해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행태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국토부의 이번 시도는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보험업계의 추천 인사를 심판의 자리에 앉혀, 분쟁 조정을 공정하게 이끌어야 할 심의회를 사실상 보험사의 손아귀에 넘겨주려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검사가 기소하고 재판까지 하겠다’는 식의 오만이며, 자보심의회가 지난 20여년간 지켜온 공정성과 중립성을 근본부터 파괴하는 행위다. 만약 이 같은 시도가 현실화된다면, 의료 전문가들은 더 이상 허수아비로 들러리 설 이유가 없다.
의사들이 모두 심의회에서 철수하는 순간, 자보 진료비와 관련된 모든 분쟁은 건건이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사법 낭비를 초래할 것이며, 그 모든 피해는 정당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애꿎은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경상 환자에 대한 무리한 치료 종결 강요 등으로 환자들이 정당한 치료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교통사고 경상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대한 과잉진료가 문제가 된다면, 이것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마땅하다. 이것을 대한민국 전체 병의원의 부도덕한 돈벌이 때문이라고 보고 전체 의사결정을 의사를 제외한 채 관료들과 그에 순응하는 관련인사로 대체하려고 하는 무모함을 당장 그만 둘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대체 누구를 위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환자들을 더욱 괴롭히려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국토교통부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의료 전문가를 배제하고 심의회를 무력화하려는 비의료인 위원장 임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심의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보험업계의 입김에 좌우될것이 자명한 사무국장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 위탁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
하나, 20년간 지켜온 상호 신뢰와 합의를 존중하고, 모든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라!
만약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 폭주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자보심의회 참여를 전면 거부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저항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후 발생하는 모든 분쟁과 사회적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토교통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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