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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정신질환 치료 약물 복용과 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관한 학회의 입장

 ‘약물 운전’ 낙인화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과 제도 개선을 촉구합니다.

최근 한 연예인이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복용한 항불안제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와 관련하여, 해당 약물 복용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약물 운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이를 음주운전과 유사한 범죄로 간주하는 논의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깊은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1.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약물 복용은 적절한 의료 행위이며, 항불안제 복용이 곧 운전 능력 저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항불안제는 공황장애를 비롯해 불안장애, 불면증 등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특히 반복적인 공황발작이나 급성 불안 증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일상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치료적 유효성이 입증된 핵심적인 치료제입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졸음, 일시적 인지 저하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적 목적으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용량과 기간 동안 복용할 경우 대부분 신체가 약물에 적응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되고 일상 기능을 잘 유지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약물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운전 능력 저하를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나아가, 정신질환의 존재나 치료 약물의 복용이 일상생활 기능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오히려 정신질환과 치료 약물인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한 편견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2. ‘약물 운전’이라는 용어는 정신질환으로 치료받는 사람을 낙인화하는 비인권적 표현입니다.
‘약물 운전’이라는 용어는, 마치 정신질환으로 치료받는 사람이 사회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오인하게 만들며, 건강한 삶을 회복하려고 애쓰는 많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위축감을 유발하는 비인권적 표현입니다.
이러한 종류의 표현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심화함으로써 실제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하거나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 왔습니다. 

3. 약물 복용 중 운전 가능 여부는 개별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합니다.
약물에 대한 신체의 반응, 복용 용량, 병용 약물 여부, 현재 정신 상태 등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따라서 운전 가능 여부의 결정은 환자의 약물 복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치의와 환자 본인이 함께 의학적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할 문제입니다. 이점이 도로교통법에 명확한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음주운전과 달리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항불안제를 비롯한 정신질환 치료 약물은 엄격한 처방 기준과 용량 조절 하에 사용됩니다. 일반적인 치료 용량 내 복용은 운전 능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약물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갑작스러운 불안 발작, 집중력 저하, 자살 충동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안전한 운전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4. 안전한 복용과 운전을 위한 진료현장의 노력과 더불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언제나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약물 처방과 환자의 일상 기능 유지 사이의 균형을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우리 학회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안전하게 처방되고 복용될 수 있도록 국민과 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소통과 교육을 이어갈 것입니다. 아울러, 정신질환 치료가 사회적 편견 없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마약과 구별하여 의학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2025년 7월 14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