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와 관련, 부산의대가 ‘명분과 실리를 다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적극적인 운영계획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의 한전원 유치 계획이 발표된 이후 부산대학교 측은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부산의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 결과 찬성률이 70%가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지원과 지지를 바탕으로 부산대와 부산의대 측은 국내 처음으로 설립되는 한전원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그러나 부산대와 부산의대의 향후 행보는 순탄하지만은 않을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장동익)는 한전원 설립 발표 당일에 한전원 유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이후부터 확정이 된 지금까지 한전원 설립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거센 것.
또한 찬성률이 70%를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부산의대 내부에서도 이를 못마땅해 하는 의대교수들이 적지 않아 부산대와 부산의대 측이 대내외적인 비난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의대 주요 보직자는 “정부가 한전원 유치 계획을 발표한 순간 이미 활시위는 떠났다”며 “무조건 반대한다고 해서 정책이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 한 곳에 한전원이 유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부산대가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유치배경을 설명했다.
이 보직자는 “학교발전을 위해 전략적인 R&D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전원을 통해 양한방 협진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됐다”고 전했다.
한의학에 대한 인정 여부와 관련 “배타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전원 유치는 인정과 불인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즉 현실적으로 국민이 원하는 의료를 실현하기 위함이라는 보다 넓은 시각과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유치가 고려된 것이지 의료의원화니 한의학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와는 별개라는 것.
그는 “타 학문을 인정하고 안 하고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그 같은 비난에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으로는 “의학 한 분야에서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타 학문인 한의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역량과 경쟁력 강화를 시도해 볼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료일원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다”며 여유를 드러냈다.
기초의학교실 모 교수는 “한의학이 실증적이지 못하고, 비수술적일 뿐 만 아니라, 미생물개념과 예방의학개념이 없는 등 의학적인 측면에서 인정하기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생약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기초 의학인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연구하는 것은 보다 포괄적인 의학적 활용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그는 같이 일하는 동료의 예를 들어 “수술 후 환자가 상황버섯 달인 물을 먹어도 되는지를 물었는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며 “그 동료는 ‘알아야 얘기를 해 줄 수 있지 않느냐’며 ‘환자에게 좋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언제까지 이렇게 서로 담을 쌓고만 있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협력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부산대의 한전원 유치 배경에는 경북의대와의 경쟁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모 교수는 “아마 전남대나 경북대 등과 경쟁하지 않았다면, 찬성률이 이렇게 까지 높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높은 찬성률의 이유를 성명했다.
그는 “경북의대의 경우 수의학과가 있어 동물실험 등을 통해 연구성과가 많이 나온다”며 “어차피 한전원이 이들 국립대 중 한 곳에 설립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산대가 이번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전원 설립에 대한 견해는 부산의대 교수들 간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형외과의 한 교수는 한전원 유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달가울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피부과의 한 교수 역시 “밑도 끝도 없는 학문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한전원 유치와 나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더 이상을 언급을 회피했다.
이처럼 의료계 및 부산의대 내부의 비난과 갈등이 적지 않은 가운데, 부산의대가 이러한 난관을 뚫고 한전원 설립을 통해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