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이 필리핀 출신의 희귀질환 환자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선천적 희귀질환인 단다지유합증(Brachypolysyndactyly)을 앓고 있던 앙헬레스 이본 엔젤 씨(29)는 최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성공적인 수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치료는 병원이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해온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에 치료받지 못했던 외국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엔젤 씨는 필리핀 농촌에서 미술과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태어날 때부터 두 손이 붙어있는 상태로 살아왔다. 부모 없이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그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사연이 사단법인 멘토리스를 통해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전달됐고, 병원은 즉시 엔젤 씨의 치료를 결정했다.
수술을 집도한 윤인식 성형외과 교수는 "성인 환자의 경우 조직이 굳어 수술이 더 어렵지만, 최대한 손의 기능을 살리고 미용적으로도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술은 손가락 조직을 절제하고 조직 보존·재건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고난도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 엔젤 씨는 하루 만에 퇴원했으며, 3주간의 통원 치료를 거쳐 필리핀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치료비 전액을 부담했으며, 사단법인 멘토리스는 교통비와 체류 비용을 지원했다. 출국 전 열린 환송회에서 엔젤 씨는 "한국에서 받은 수술은 인생을 바꾼 축복이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그림을 그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감사를 표했다.
구성욱 병원장은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은 세브란스 정신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해외 환자에게 희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해외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 환자들에게 한국에서의 치료 기회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몽골, 요르단 등 14개국 36명의 환자들이 새 삶을 얻었다.
이번 사례는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국제적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의 환자들에게도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앞으로도 전 세계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