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과정에서 존재해온 비용 조정 구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하나의 검체검사에 대해 병·의원과 수탁검사센터가 각각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분리청구’ 방식을 도입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검체검사를 의뢰하는 지역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내과, 류마티스내과, 소아청소년과 등 만성질환과 암 검진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일차의료기관이며,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검체검사는 진료의 핵심 요소다.
현재의 검체검사 비용 조정 구조는 저수가 체계 속에서도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왔다. 협의 없이 이를 폐지하거나 분리청구를 강행할 경우, 환자 진료비 명세 혼란, 개인정보 전송 위험, 비급여 정산 및 책임소재 분쟁, 청구·회계 시스템 이중화로 인한 의료기관 업무 폭증 등 현장의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검사 축소 및 진단 지연으로 이어져 국민의 필수의료 접근성 악화라는 직접적인 피해로 귀결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의견에 의하면 류마티스 질환 및 만성 염증·자가면역질환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정밀하고 반복적인 검체검사는 필수적이며 이는 국제진료지침에도 명확히 제시돼 있다.
이러한 질환은 조기진단과 질병활성도 평가가 장기 예후를 좌우하며, 검사 접근성이 제한되거나 검사 주기가 지연될 경우 관절 파괴, 폐·심혈관계 합병증 등 비가역적 손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검체검사 체계 개편은 환자의 연속적 진료와 진단의 정확성, 검사결과 해석의 책임 구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와 단계적 조정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수행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2024년 구성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가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은 현실에서 일방적 제도 변경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정부가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함께 지속 가능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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