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유형별 수가계약 시대가 도래했다. 건강정책심의위원회가 지난 1일 환산지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2008년 계약부터 유형별계약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건정심 산하 제도개선소위에서 연구결과를 반영해 내년 9월까지 관계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대책마련을 위한 각 의약계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각 단체, 대응법 마련에 고심
대한한의사협회 정채빈 보험이사는 “유형별계약을 하기로 했지만 정확히 어떤 식으로 유형을 나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연구한 용역결과를 보면 종별이나 직능별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유형으로 분류해 결과를 도출했다.
정 이사는 “하지만 상대가치점수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형별을 떠나서 우선 상대가치점수에 대한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한방에서 높은 빈도로 시술 되는 경혈침술의 경우 기존 상대가치점수가 36.1에서 개편 때 24.9로 30% 이상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김방철 전 보험부회장은 “연구용역에 신경을 써야겠고 시민단체나 공단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전 부회장은 “아마도 의, 치, 한, 약으로 나뉠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더 쪼개진다면 의협과 병협의 갈등구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한약사협회 박인춘 재무이사는 “아직 수가가 결정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해보고 정리한 뒤에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각 유형별 치열한 제로섬게임 진행될 것”
김방철 전 부회장은 유형별계약이 이뤄지면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로비나 연구 등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앞날이 그다지 밝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채빈 이사는 “현재 협의회도 의약계 5단체의 회비로 운영이 되는데 내년부터 유형별계약이 된다고 해도 인력이나 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당장 연구용역이 더 활발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박인춘 이사는 “일부 언론에서 유형별계약을 하면 약계가 가장 인하 폭이 크다고 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약계는 이미 바닥을 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면서 “앞으로 각 단체별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만큼 그에 걸 맞는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운명은?
이와 함께 유형별계약으로 전환 될 경우 의약계단체들의 단일 수가협상 기구인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운명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채빈 이사는 “앞으로 요양급여협의회는 유형별계약 특성에 맞춰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이사는 “확실히 내후년에는 재편되겠지만 내년부터 유형별계약을 하기로 한 만큼 내년에도 재편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김방철 전 이사는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유형별로 하고 환산지수는 단일로 해도 된다”면서 “협의회가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그는 “현행 수가협상 체계 자체가 왜곡 돼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협의회가 큰 목소리를 내긴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대한병원협회 김철수 회장은 “유형별로 계약을 한다고 해도 협의회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인춘 이사는 “유형별계약으로 간다고 해도 의약계단체 전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협의회의 존재는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