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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맥페란 투여 무죄…“법원, 의협 의료감정원에 신뢰 가져야”

83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항구토제 ‘맥페란’을 투여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내과 전문의가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억울함 해소를 넘어,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판단 기준을 바로 세운 중대한 판결이다. 그동안 일부 하급심은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사정만으로 결과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쉽게 추정하며 형사처벌을 내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판결은 그러한 관행에 분명한 경종을 울린 것이다.

대법원은 의료과실 사건에서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엄격하게 증명돼야 함을 명확히 했다. 특히 기저질환과 전신상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는 의료현실을 외면한 채, 결과만으로 책임을 단정하는 접근은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해당 환자는 투여 다음 날 의식이 명료해지고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바 있으며, 전문가 감정에서도 약물 1회 투여로 비가역적 악화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은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등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의학적 전문성을 요하는 사안을 법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대표적 사례로, 반드시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감정 의견은 재판의 핵심적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

이번 무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다. 고의가 없는 의료행위에 대해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의료진은 방어진료에 내몰리고 고위험 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온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의료과실 사건에서 보다 신중하고 엄격한 증명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을 비롯한 전문기관의 감정에 대해 충분한 신뢰를 바탕으로 판단함으로써, 의료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의로운 법치가 구현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