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전개된 한의사 대규모 집회가 의료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엄종희)는 이날 하루 진료를 포기하고 전국 회원들을 결집시켜 한미 FTA 협상에서 논의중인 한의사-침술사 상호인정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전개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의사 수는 대략 7000여명으로 추산됐다.
한의사 면허자 수가 1만5271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의 한의사 2명 중 1명꼴로 참석한 상당히 높은 참여율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의장 정영찬)은 앞서 지난달 22일부터 돌입한 활동단식을 25일 복지부 천막단식농성으로 전환해 전개하는 한편,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집행부가 분담해 서울 신촌(경희대), 분당 서현(경원대), 경주(동국대) 등 각 해당지역에서 1인 시위에 돌입하는 등 대국민·대정부 홍보에 나섰다.
한의계의 이 같은 단체행동은 협회 차원의 강제적인 성격이 아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를 지켜본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의계의 조직적인 활동전개와 참여도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다.
특히 한의계의 이 같은 단합된 행동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2004년 2.22 집회를 가진 바 있는 의료계에서 보여줬던 당시 단합된 모습을 상기시키며 단합을 이끌어내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소아과개명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인해 불거진 사태에 따른 이례적인 의협 수시감사와 잇따른 의협회장 불신임안 상정 등 내홍을 겪었던 만큼 어느 때보다 단합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
의료계는 지난 2000년 보라매공원 집회와 2004년 2.22 여의도 집회에서 악천후 등 악조건 속에서도 3만여명의 회원이 모여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김종근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한의사 7000여명이 모였다는 것은 한의협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로 예상외”라며 “참여가 높은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겠지만 이런 모습들은 의료계에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시 2000년 투쟁을 떠올리며 “당시 의료계의 단합은 굉장했다”고 회상하면서 “하지만 지금 의료계가 이 같은 거사를 치를 경우 회원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게 될 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해에는 의료계가 한동안 내부적으로 분열됐던 만큼 올해는 모든 회원들이 직역과 지역을 막론하고 하나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의협 대변인이었던 주수호 원장은 "한의사 과천 집회 목적과 명분이 적절한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한의계가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이만큼 높은 참여율을 보일 수 있다는 부분에는 부러운 측면도 있다"며 "의료계도 현재 냉정하게 판단할 때 이만큼의 참여율을 보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의 단합이 어려운 데에는 회원들의 냉소주의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행부 리더십의 부재"라며 "회원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리더십의 회복, 이에 대한 회원들의 신뢰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