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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뇌출혈 의심환자 주의소홀, 醫 ‘50% 책임’

부산지법 “적시에 치료 못 받아 식물인간 돼” 판결

뇌출혈,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의료진에게 50%의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8민사부(판사 윤근수, 장윤선, 최욱진)는 “간질성 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젊은 환자에서 전간대성발작 등 뇌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발현된 경우, 그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또는 병원이 진찰,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가 후유장애를 앓게 됐다면 의료진의 과실이 상당부분 있다고 봐야한다”며 환자(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환자 A(원고, 여, 미성년자)는 04년 7월 5일, B병원에서 복부 CT 촬영결과 상장간막 동맥류 및 상장간막 동맥경색증 진단을 받고, 7일 B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은 뒤 9일 일반병실로 전실돼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15일 오전 6시40분경 환자 A가 두통을 호소해 B병원은 혈압 측정 후 진통제인 클로낙을 근육주사했고, 그로부터 약 10분이 지난 6시50분경, 환자 A가 전신수축성간대성경련을 약 3분간 일으키고, 눈동자가 우측으로 편위되며, 동공반응이 없고, 침을 흘리면서 입술에 청색증을 띠는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해 B병원은 환자 A에게 산소를 투여했다.
 
같은 날 오전 7시경 환자 A는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다가, 의식 소실을 보이면서 발작 증세 후 수면 상태에 접어들었고, 10분 후에는 양쪽 팔을 심하게 휘젓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지남력이 없어지기에 이르렀다. 이에 의사 C(B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는 항경련제(진정제)인 바륨을 정맥주사했다.
 
오전 7시40분경에는 환자 A에게 언어장애(언어곤란) 양상, 좌측 손의 단 부전마비 및 좌측 다리의 위약감(근력저하) 등 좌측 편마비 증상이 각각 나타났고, 오전8시30분경에는 환자 A가 계속해서 위 증상을 보일 뿐만 아니라,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혈압 상승(170/100mmHg), 졸림, 구토 등의 증세까지 보이자, 의사 D(B병원 흉부외과장)는 환자 A의 상태를 확인한 후 보호자에게 이를 설명했으며, 의사 C는 오전 9시경 또다른 항경련제(진정제)인 아티반을 환자 A에게 1회 정맥주사했다.
 
그리고 B병원은 오전 10시37분경 환자 A에 대해 뇌 CT촬영을 실시한 다음 환자 A를 중환자실로 전실했다.
 
의사 C는 환자 A가 상장간막 동맥류 및 상장간막 동맥경색증으로 상장간막 혈관성형술 및 혈전제거술을 받은 점과 환자 A의 나이 등을 종합해, 환자 A의 위와 같은 증상이 뇌출혈보다는 뇌경색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환자 A에 대하여 뇌 CT촬영을 실시하기 직전에 항응고제인 후락시파린을 1회 근육주사한 다음, 향후 2회 더 위 후락시파린을 투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데 뇌 CT 촬영결과, 환자 A는 우측 전두엽에 뇌실질내 출혈로 인한 3.9×2.7㎝의 혈종이 있고, 출혈 주변에는 부종이 있음이 밝혀졌는바, 이로 인한 종괴효과가 나타나 정중선 이동과 우측뇌실 압박 소견을 보였다.
 
이에 의사 C는 이전에 처방한 후락시파린 추가주사처방을 취소하는 한편, 급히 환자 A를 신경외과로 전과시켰다.
 
오전 11시30분경 피고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인 E가 응급으로 환자 A의 우측 전측두엽 감압 뇌절제술, 경막하 혈종 및 뇌내 혈종 제거술을 실시했으나, 결국 환자 A는 뇌손상이 발생해 현재 의식장애, 사지 강직성 마비, 보행불능, 배뇨배변장애 등 식물인간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조직검사결과, 환자 A의 뇌출혈은 우측 측두엽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에 법원은 “환자 A가 보인 증상들, 그 중에서도 특히 언어장애, 좌측 편마비 증상은 뇌출혈 또는 뇌경색으로 인한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병원 의료진이 뇌졸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 A의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마땅히 B병원 의료진으로서는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임에도, B병원 의료진은 이와 같은 관찰의무를 소홀히 한 채 같은 날 10시37분경에 이르러서야 뇌 CT촬영을 실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량의 뇌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며 “즉 피고 병원 의료진은 적시에 뇌출혈을 진단한 다음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다만 이 사건 뇌출혈이 환자 A의 뇌동정맥기형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발생한 것인 점(위 뇌동정맥기형은 그 크기가 1×0.5㎝로서 등급표에 의한 분류상 2점에 해당하는 비교적 경미한 것이었던 점도 고려한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늦게나마 뇌출혈을 진단하고 뇌혈종제거술 등의 수술을 시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점, 환자 A가 당초 상장간막 동맥류 및 상장간막 경색증으로 피고 병원에서 응급 상장간막 혈관성형술 및 혈전제거술을 시술받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 의료진들이 부담하여야 할 손해액을 50%로 제한함이 손해의 공평부담이나 형평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법원측은 “병원으로서는 환자에게 뇌출혈 또는 뇌경색 등의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발현되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고, 그러한 증상이 보이는 즉시 최대한 신속하게 뇌 CT촬영을 통해 뇌출혈인지 뇌경색인지 확인한 다음,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는 점을 밝히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환 기자(dhkim@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