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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미교포 2세로 유방암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죤 은숙 권(Joan Eunsook Kwuon)이 강원도에서 열리는 ‘제2회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여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1999년 여름 미국 탱클우드에서 솔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그녀는 데뷔를 몇시간 앞두고 브람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연습하던 중 가슴에 혹이 있는 것을 느꼈다. 검사결과는 유방암.
 
이제 그녀 나이 30살. 막 솔로이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게다가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엘 스미어노프(Joel Smirnoff)와 결혼한지 겨우 2개월이 지났을 무렵 유방암에 걸린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해 11월 유방절제술을 받고 화학치료를 받으며 암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음악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오디오 시설을 가지고 가서 음악을 계속 들으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이올린 곡은 차마 들을 수 없더군요. 주로 피아노 콘체르토를 들었습니다”
 
 
45년 전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의 네딸 중 막내로 태어난 죤 권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교내 음악교실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이런 그녀에게 음악은 인생의 전부이자, 어떤 것보다 의지가 되어주는 친구였다.
 

치료를 마친 그녀는 남편 조엘 스미어노프와 함께 유방암에 대한 홍보와 연구, 환자치료를 위해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비영리단체인 ‘Artists for Breast Cancer Survival Inc.’를 세웠다.
 
이 단체는 2000년 9월부터 3년간 뉴욕 카네기홀에서 유방암을 위한 자선기금 음악회인 ‘Artists for the Cure’를 열고 70만달러를 모금해 연구소에 기부했다.
 
“치료를 끝내고 집에 돌아온 후 저처럼 유방암에 걸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음악이었고, 자연스레  음악회를 통해 유방암 기금을 모금하게 됐죠”
 
음악회에는 세계적인 음악가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 앙드레 프레빈을 비롯해 조엘이 제1바이올린 주자로 활동 중인 줄리아드현악사중주단, 바이올리니스 이작 펄만, 소프라노 에블린 리어, 재즈 보컬리스트 제인 모네이트 등 많은 음악가들이 무보수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 모두는 죤의 자선음악회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흔쾌히 무대에 올라 감동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자선음악회를 통해 음악가들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음악가 중에는 앙드레 프레빈과 제인 모네이트 처럼 가족이 유방암에 걸렸고, 에블린 리어 처럼 본인이 유방암과 사투를 벌인 경우도 있었죠”
 
죤 권은 음악회에 찾아준 관객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번도 음악회를 가거나 모짜르트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음악회 취지에 공감해 음악회를 찾아와 많은 기금을 기부해줬다.
 
“처음 음악회를 열었던 2000년 공연 중간에 관객에게 자매가 유방암에 걸렸는지 물어보자 20%가, 부인이 유방암에 걸렸는지 물어보자 더 많은 분들이, 마지막으로 본인이 유방암과 싸우는 중인지 나머지 분들이 일어났죠. 그날 카네기홀에 참석한 모든 관객은 유방암과 싸우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또한 이날 음악회에서 유방암과 싸워 이긴 에블린 리어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I’m Still Here’를 불러 유방암을 극복한 죤 권과 유방암과 싸우고 있는 많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솔로이스트이자 교육자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죤 권은 바쁜 일정으로 자선음악회를 중단하고 있지만, 곧 많은 음악가들과 함께 유방암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연주회를 다시금 선보일 예정이다.
 
“힘든 일을 겪은 후 진정 제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중요함도 깨닫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이해의 폭도 커졌구요. 또한 제 경험을 통해 다른 분들을 도울 수 있게 되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죤 권은 현재 조엘 스미어노프와 함께 ‘제2회 대관령국제음악제(http://www.gmmfs.com)’에 참여하고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음악을 펼치고 있는 그녀의 연주는 13일과 14일 용평리조트 눈마을홀에서 들을 수 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