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 소식은 이미 익숙해 진지 오래다.
음주는 흡연과 함께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건강위험행동 중의 하나로 각 나라마다 이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주세 관련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소주와 위스키 등 도수가 높은 술 소비량이 세계 4위로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음주연구소 김광기 소장(인제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은 이와 같은 현상을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주행태에서 기인된 것으로 우리 나라는 음주소비와 그로 인한 폐해가 세계 정상의 수준에 있지만 이를 학문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는 노력은 후진국에 속한다”고 말한다.
1998년 설립한 인제대학교 음주연구소는 음주와 그와 관련된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는 국내 최초의 연구소이다.
김 소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음주 및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숱하게 안고 신음해오고 있고 날이 갈수록 그 문제들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음주 문제를 그냥 앉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아 제시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고 연구소를 설립한 동기를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술은 사회적 가치 중 하나인 사람들간의 정을 상징하는 매개물임에도 불구하고 음주행태에 대한 연구는 미약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생긴 ‘음주연구소’는 설립 후 현재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김 소장은 ‘서울시 직장인들의 음주행태와 음주로 인한 기업 생산성 손실’, ‘청소년을 위한 음주 교제 개발’, ‘대학생 폭음예방을 위한 정책 개발’ 등 1994년부터 지금까지 수 십편의 학술논문과 출판물을 펴냈으며, 건강증진사업, 청소년위원회 등에서 정책적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주량은 사람에 따라, 신체 조건에 따라, 또 마시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하고 “많이 마시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모두가 똑같이 마시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 주량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과음을 피하는 음주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음주, 금연 등이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 등 폐해에 대한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복지사업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사회기본적 폐해에 대해선 투자를 아끼고 있다.
음주연구소의 경우 김 소장의 개인적인 연구 활동을 통해 얻는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 소장은 “재원과 관련자료가 부족해 연구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하고 “이어 연구를 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도 큰 고민”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내년 2월 의대교수 등과 함께 대학생 폭음예방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인제대 ‘음주연구소’의 보다 활발하고 내실 있는 활동을 기대해 본다.
백승란 기자(srbaek@medifonews.com)
200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