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만난 터키의 무용수 ‘오야’는 자신감과 도도함, 동시에 친절함이 넘쳤다. 그녀의 춤 역시 그랬다. 그는 무대에서 ‘밸리댄스’를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다시 한번 밸리댄스로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 사람들을 만났다.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중 열린 만찬에서 밸리댄스를 선보이며 장기자랑 대상의 영예를 안은 영동세브란스병원팀.
“제가 지난해 송년회에서 밸리댄스를 선보였는데, 과장님이 그것을 기억하시고는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전공의들과 팀을 이뤄 나가보라고 하셨어요”
탁월한 밸리댄스 실력을 갖춘 한아름 연구강사는 춤에 대한 감각과 소화력을 갖춘 전공의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이게 된 멤버들이 3년차 김무영·김태인·박병진, 2년차 민대홍 전공의.
맨처음 팀으로 모인 사람은 김태인 전공의와 박병진 전공의였다. “사실 저와 민대홍 전공의는 처음부터 멤버가 아니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2명이 더 필요한 바람에 전·현 의국장이었던 저희들이 책임을 지게됐죠”
이렇게 의국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2명이 팀에 들어오면서, 영동세브란스병원 밸리댄스팀이 탄생했다.
막상 팀을 만들고 나니 시간이 부족했다. 앞으로 무대까지 오를 시간이 촉박해졌지만 하루 종일 춤만 연습할 수는 없는 상황.
시간을 쪼개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모두 4일간 연습에 매진했다. 연습장소는 의국과 한아름 강사가 1년 넘게 밸리댄스를 배우고 있는 학원을 이용했다.
“밸리댄스는 화려한 의상이 시선을 모으죠. 우리팀 의상은 아름 누나와 밸리댄스학원의 협찬(웃음), 저희들이 동대문에서 직접 구입한 티셔츠로 무대의상을 맞췄습니다”
김태인 전공의가 의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자, 한 강사가 모두를 신나게 했던 공연음악에 대해 설명해준다.
“학회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음악을 골랐어요. 덕분에 더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습니다”
남다른 몸놀림으로 유난히 관심을 모았던 박병진 전공의는 아직도 쑥스러운 기색을 보인다. “무대에 올라갔더니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거에요. 그냥 열심히 따라했죠” 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원래 춤에 소질이 있었다고 추켜세운다.
능숙한 솜씨는 아니였지만 전공의 다운 열정과 즐거움으로 무장한 이 팀은 전국 가정의학과 전공의 중 가장 멋진 팀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또한 이들 역시 이번 준비과정과 공연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밸리댄스를 준비하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무대에서 춤을 선보이면서 작은 실수를 한 순간도 즐거웠구요. 정말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이 멋진 팀의 밸리댄스를 다시금 무대에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전문의 시험이 코 앞이고, 또 각자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하지만 이들이 느꼈던 즐거움과 열정, 그 기억은 모두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
2005-11-23